사상 처음으로 통치자 자질에 관해 논한 사람은 플라톤이다. 그는 국가론 제5권에서 “철인이 왕이 되든지 왕이 철인이 되기 전에는 이상국가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철인은 지혜의 상징이며 이타주의의 극치이고 왕은 권력의 상징이며 이기주의의 극치이다. 이 정반대 되는 두 극단의 개념이 하나가 될 때 이상국가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그는 제8, 9권에서 “이상적인 철인정치가 깨어지면 차차 타락되고 부패한 정치형태가 나타난다. 먼저 특권계급이 국사를 농간하는 공명정치, 다음에는 금권으로 좌지우지하는 과두정치, 그 다음은 우민들에 의한 민주정치, 마지막으로 폭군이 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참주정치로 전락하여 국가가 파멸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라고 했다. 이것은 마치 선량한 사람이 타락하여 명예욕에 잡히고 재물욕에 빠지고 치정에 휩쓸리고 폭력의 노예가 되는 개인의 파멸과 비슷하다.
근세에 와서 많은 학자들이 통치자 유형과 자질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세계 2차대전의 영웅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적장 독일의 롬멜 장군이 창안한 고급장교 4가지 유형별 분류원칙을 개선해서 승전에 활용했다.
첫 번째, 명석하고 근면한 자는 참모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독선적인 지휘자가 될 뿐만 아니라 분위기가 경직되어 이탈현상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무에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맥아더 장군 밑에서 민정참모로 있던 아이크는 17년을 소령 계급으로 참고 견뎌 중령이 되고 23개월만에 대장으로 승진이 되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시켰다.
두 번째, 명석하고 나태한 자는 참모들에게 결코 어떻게 하라고 하지 않고 무엇을 하라고만 지시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재간껏 하도록 내버려두는 가장 이상적 유형이라고 한다.
세 번째, 우둔하고 근면한자는 제일먼저 도태시켜야 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조령모개 식으로 이랬다저랬다 하여 병력을 밤새도록 동분서주시켜 싸우기 전에 패하는 가장 나쁜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 우둔하고 나태한자는 마치 ‘남이 장에 가니까 기름지고 장에 간다’는 우리속담처럼 타인지향형이 되기 쉽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은 이란을 침공함에 능력도 없었으면서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을 흉내내다가 8년 전쟁을 치르고 50만 명의 전사자를 내고 2,000억 달러의 빚을 져서 국민들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4가지 유형별 분류 원칙에 대선 후보들은 대입시켜 분석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통치자의 선택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가장 이상형인 명석하고 나태한 유형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군주론을 저술한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알려면 그 측근을 보라”라고 했고, 철강왕 카네기의 묘비에는 “여기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을 쓸 줄 알던 사람이 잠들어있다” 라고 새겨져있다. 과연 어떤 유형이 차기 한국 지도자가 될지 궁금해진다.
박종식 예비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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