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 언론이 미국 공화당 상원 리더인 트렌트 롯 (미시시피)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그가 100세로 은퇴하는 서몬드 상원의원의 생일 파티석상에서 “만일 서몬드 의원 1948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승리해 미국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오늘의 미국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것” 이라는 것이다.
서몬드 상원의원은 그 당시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흑백분리를 중요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미국 국민에게 한 표를 호소했던 인물이다. 트렌트 롯 의원에게 지금 전국의 유색인종 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상원 원내 총무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하지만 자신의 자리는 내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백인중심 그리고 반 이민 정책의 이념을 가진 정객들이 많이 몰려있는 미 공화당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소속되어 있었던 정당이다. 물론 그 당시 링컨 대통령 시절에는 남부의 노예 찬성론자들이 공화당에 많이 없었고 남부의 청년이 전쟁이 끝나고 링컨을 암살했었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재 공화당에는 단 한 명 남아있었던 흑인 왓슨 마저 떠나 미국인구의 15%이상을 차지하는 흑인을 대표하는 의원이 없다. 이에 대해 부시를 비롯된 공화당 원로들이 갖가지 선거공약을 내세우며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이 표심을 얻고자 노력해오고 있는 가운데 당을 대표한다는 인륜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그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사실상 미국에서 1860년대 초 수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독립전쟁이후 150여 년 간 발전해온 민권운동이 얼마나 처절하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소수의 하와이 이민을 제외하고 대부분 6~70년대에 대거 유학이나 혹은 보다 나은 경제적 안정을 일고자 태평양을 건너와 사실상 그럼 미국의 역사를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바쁘게 이민생활을 해왔다. 철도 노동자로 19세기만 20세기 초에 대거 건너온 중국 노동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백인들에게 대규모로 공격당하고 살해당했던 인종차별의 역사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말하면 다른 유색인종들이 박해를 받으며 그나마 일구어 놓은 민권법의 혜택을 무료로 누리고있는 셈이다.
이 미국상원 원내총무의 발언은 아직도 이 미국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많은 백인우익들의 정서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들이 아직도 미국 경제국방 정치의 상층부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상기한 때 주류사회로 진출해야하는 우리의 영어권 2세 3세들의 미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나마 국제적인 안목을 가졌던 세대는 떠나가고 한국이 어디 불어 있는 지도 모르는 세대가 점차 주류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미국의 민권역사를 공부하며 단결하여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오광석/ 다이아몬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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