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총인구 1,900만 명, 총면적 43만8천㎦인 인류문명의 발상지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이 터키에서 시리아를 거쳐 페르샤만에 도달하고 북부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광활한 사막, 비옥한 평야, 수로와 늪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온은 40℉~95℉ 정도이고 연 강수량은 140㎜다.
주변에는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시리아, 터키 등 6개국이 둘러싸 있다. 이란은 지난 8년 전쟁으로 아직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어 가상적(假想敵)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리아는 중동전쟁을 통해 이라크와 함께 강경파 입장을 견지한 우군이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움츠러들어 소극적이며 중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터키는 선조인 오스만 터키가 이라크를 16세기부터 근 400년 동안 병합시켜 일개 주로 통치해 왔기에 악감정이 쌓여 있다.
이같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감안해 볼 때 사담 후세인은 독 안에 든 쥐와 같이 자살, 타살, 생포, 탈출이라는 극한 상황에 도달한 신세가 아닌가 판단된다.
손자병법에 궁구막추(窮寇莫追)라는 말이 있다. “궁한 경지에 빠진 적을 건드리면 필사적인 발악으로 해를 입으니 건드리지 말라”라고 했다. 지난번 걸프전 때는 이를 참작해서 도시공격을 피해 극소수의 희생으로 항복만 받아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감행될 전쟁목표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섬멸하는데 있기 때문에 이라크가 최후의 발악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 가능성 중 하나는 가장 약한 요르단을 관통해서 이스라엘을 침공, 아랍국가들을 전쟁에 끌어들여 확전을 꾀하는 것이다.
작전상 가장 골치 거리는 정권타도를 위해 벌여야할지도 모르는 465만명이 살고 있는 바그다드 시가전이다. 전술적인 면에서 볼 때 도시는 공격군에게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모든 인공 구조물은 거의가 공격군에게는 불리하고 방어군에게는 유리하다. 숨을 곳도 많고 피할 곳도 많으며 아군과 적군, 민간인과 저항분자 게릴라 등을 식별하고 색출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시전쟁은 군사작전과 치안작전을 배합하여 동시에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찰형 전술을 활용해야 하며 많은 사람을 체포구금해서 심문해야 하는 수사전문요원이 요구된다.
이같이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도시전쟁을 어떤 군사전문가는 시간전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군사위성 또는 항공사진을 면밀히 분석해서 도로가 방사형이냐, 바둑판형이냐, 복합형이냐, 비구조형이냐에 따라 전투방법을 결정하고 사전에 시가전 모의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군의 희생을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양민학살이라는 적의 심리전 공격과 국제 여론을 다소나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1991년 1월 걸프전 때는 슈워츠코프 장군의 양동작전으로 쉽게 항복시킨 바 있다. 그러나 손자병법에 “전쟁에 이겼다고 그 술책을 반복하지 말라. 전술은 그때 그때의 형편에 따라 무궁하게 있다”라는 경고문을 참작했으면 한다.
아무튼 이번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 미국의 막강한 경찰력이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불량 국가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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