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추락사고는 또 한번 미국인의 마음을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탑승했던 우주인 7명 전원이 사망한 것은 물론이고 이 사고로 인해 미국의 우주계획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요즘 미국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몇년째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경제가 회복될 기미라곤 보이지 않는다.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붕괴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많은 나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컬럼비아호의 폭발 추락으로 미국의 국부와 과학기술의 상징인 우주계획 마저 큰 손상을 입었다. 흔히 개인의 인생에서 삼재가 들면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밀어닥친다고 하는데 마치 미국이 삼재에 든 형국과도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주개발의 역사는 미소 냉전시대인 1950년대에 핵무기 운반 수단이 항공기에서 로켓으로 바뀌면서 전략무기 공격력 경쟁차원에서 시작됐다. 이 경쟁에서 구소련이 한발 앞서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미국이 다음 해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고 국립항공우주국을 창설하여 본격적인 우주계획에 나섰다. 그 후 프랑스, 일본, 중국도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우주개발에 참여했으나 미소 양국이 경쟁의 선두를 달렸으며 결국 초강국 미국이 인류의 우주개발을 선도하게 되었다.
우주왕복선 계획은 미국의 우주계획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981년부터 시작된 이 계획은 지상의 인류생활을 지구의 대기권 밖 우주로 확대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은 대기권 밖 우주에 우주도시를 세우고 발전소, 공장, 농장, 제약소, 실험소, 병원 등 각종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기초연구를 수행해 왔다. 또 더 먼 우주로 진출하기 위한 우주정거장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우주는 군사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과거 전투에서 창검을 쓰던 시대에는 요새지를 점령하는 것이 승패의 요인이었다. 그 후 제국주의 시대에는 대양을 장악한 나라가 패권을 누렸다. 지금은 제공권을 장악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우주를 장악한 나라만이 이 지상의 최강국이 될 수 있게 된다. 영화 ‘스타 워즈’처럼 우주에서 레이저빔을 쏘아대면 지상의 무기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미국의 자존심은 또 한번 상처를 받았고 미국인의 사기도 떨어져 우주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있다. 그러나 사고는 일을 하다가 발생한 부수적 상황일 뿐이다. 개인이나 국가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불가피한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일이며 그 사고로 인해 좌절할 것이 아니라 불굴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는 용기가 더욱 중요하다.
컬럼비아호 사고 직후 CNN과 갤럽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2%가 우주탐사 계획을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우주왕복선 계획은 지난 1986년 챌린저호의 참사를 이겨내고 계속되어 왔다. 이번에 희생된 우주인 7명의 이름을 우주개발사의 금자탑에 아로새기고 우주개발 계획을 계속해야 한다. 우주로 향한 인류의 꿈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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