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항상 지면 역적 이다’
세상에 고상한 것은 없다. 고상한 척 뽐내는 자연을 봐도 이면에는 더럽고 치사한 생존경쟁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금강산이 수려하다고 하나 썩은 거름위에 서 있는 숫한 나무를 뺀다면 어찌될 것인가. 코스모스가 아련하다고 하나 매마른 땅에서 살려면 뿌리를 뻗어 남의 영역을 침범해서라도 물을 공급받아야만 한다.
세상 만물의 잣대를 어디에 맞출 것인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다. 어쩌다 들춰보는 도덕경(노자)이 항상 마음에 들지만 그가 말한 최고의 경지 즉 도에 이르자면 골머리가 아프다. 늘 말하지만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개구리처럼 끼니가 없어 냉이죽으로 연명하던 그 때를 생각키나 하는가. 더구나 한 방에서 열식구가 한 이부자리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도움으로 한 겨울을 보내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해본 사람 얼마나 될까?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역적모의를 하다가 성공하면 충신으로 역사에 남지만 실패하면 패가망신은 물론 역사속에는 치한으로 남는다. 지금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 비교해볼 때 취약하다고 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인간행태를 보면 결코 낙제생도 바보도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적인 평가를 해볼 때, 지금의 대통령, 장관, 사장, 예술가, 교수, 전문직종 사장들은 자기 만족도에 의해 오늘의 지위와 삶에 만족하고 다시 산다면 내 삶 그대로 살겠노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도 허망한 사실이 되버리지 않았던가. 하루에 4시간 밖에 자지 않고 일했노라는 말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리구조는 그렇게 짧은 잠으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된다. 얼마나 겸손하고 평범하면서 진솔한 말인가?
대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은 남을 짓밟고 올라섰거나 여러 사람들을 울리고 속이면서 겉만을 포장해나간 사람들일게다. 요새 젊은이들이 감성적으로 흐르는 까닭도 보다 솔직해지자는 의미일 것이다. 더럽고 치사한 남루보다 붉은 열기로 촛불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광명으로 과거 기성세대들의 ‘음모’를 분쇄하자는 열정일 것이다.
그래 노인들은 마음의 정리를 할 때이다. 얼마전 워싱톤에서 온 60대 할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헌팅톤 라이브러리’에 갔을 때 꽃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이제 인생을 정리할 때인데 무슨 사진을 찍어요. 있던 것도 없애야 할텐데.”
혹여 유명 신사들과 회고록을 집필할 때 쓰려고 많은 것을 더 모으려고 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고 해야 할게다. 비록 남들이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지적할 지언정 내 스스로 아무 여한이 없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나이 70 넘어서도 노동, 봉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조용히 내밥 한그릇이라도 따끈하게 해 먹고 따뜻한 양지에 앉아 흙내음을 맡는 것도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선조들은 평생을 흙속에 파묻혀 살면서도 아무 불평이 없었고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일했다. 그런것이 진정한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손가명/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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