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나가고 있는가.
‘호르무즈해협의 선별적 봉쇄와 역(逆)봉쇄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나온 게 이란의 봉쇄해제 선언이다. 총성은 일단 멈췄다. 미국과 이란은 일정 수준의 휴전에 동의했고 추가 협상이 이어졌다. 유가하락과 함께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 분위기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들려온 또 한 차례 총성과 함께 상황은 급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을 3차례나 공격했다. 이란 외무장관이 해협을 개방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적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 안길 준비’가 돼 있다는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백악관 상황실 회의가 소집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며칠 내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달고 있다.
조기종전 가능성은 점차 멀어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가운데 이번 이란 전쟁의 숨겨진 성격이랄까, 방향성이랄까 하는 것의 윤곽이 점차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목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아니다. 베이징을 타깃으로 한 중동지역에서의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의 거대 행보, 그 시작이다.’ 리얼 클리어 디펜스의 지적이다.
IRGC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나섰다. 세계경제를 인질로 삼는 나름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고 할까. 그러자 미국이 들고 나온 전략이 역봉쇄다. 이 작전이 실제 수행된 것은 15일부터다. 그런데 이란의 숨통을 조이는 효과를 내면서 준(準) 항서(降書)를 받아내게 된 것이다.
수출입이 모두 막히면서 이란은 하루 4억2600여만 달러의 손실과 함께 병사들의 급료도 지급하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원유재고가 쌓이면서 석유인프라에 엄청난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 역봉쇄 전략은 그러면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 발상인가. 아니, 유사시 가장 중요한 전 세계의 주요 통상로를 장악한다는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작전계획을 숙고 끝에 반영한 것이다.
이란의 국경 중 70% 정도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므로 해상봉쇄가 이루어지면 육로를 통한 통상과 물자수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역봉쇄전략 반대자들이 주장이다.
트럼프 팀은 이 육로를 통한 이란의 수출 통로도 진작 차단했다. 이미 1년 전부터 온갖 압력을 동원해 튀르키예에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어지는 육로와, 또 조지아의 흑해 항구에서도 봉쇄조치를 취한 것..
이 일련의 조치들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다. 주도면밀하다고 할 정도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리얼 클리어 디펜스는 역봉쇄전략의 진짜 타깃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란 전쟁은 그 자체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거다. 19세기 영국이 중앙아시아에서 페르시아, 극동에 이르는 지역의 영향력을 두고 러시아와 벌인 지정학적 경쟁 구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거다.
2025년 1월 20일 백악관 재입성과 함께 트럼프가 먼저 펼친 것은 중국을 타깃으로 한 관세전쟁이다.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 그린란드에서 중국 영향력을 일소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중앙아시아국가들을 중국 세력권에서 이탈시켰다.
마두로제거와 함께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의 독점 지배하에 두었고 콜롬비아도 미국진영으로 끌어당겼다. 박해받는 기독교도 보호를 명목으로 나이지리아에 미군을 파병했다. 진짜 목표는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을 미국의 영향력 하에 두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쿠바 목조르기를 더 하면 뭔가 뚜렷한 패턴과 함께 한 거대 그림이 떠오른다.
그리고 현재 전개 중인 것이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이고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다. 전쟁 전 중국은 이 해협을 통해 하루 535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아왔다. 그러던 것이 122만 배럴로 줄면서 연료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역봉쇄로 그 피해는 날로 커가고 있다.
그런데다가 전 세계 지정학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지전략적(Geostrategic) 취약점인 ‘말라카 딜레마(Malacca Dilemma)’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말라카 해협 관리에 방점을 둔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국방협력 강화가 이루어고 지고 있고 필리핀 주둔 미군병력이 대폭 증강되면서 나오고 있는 관측이다.
이 일련의 조치에 따른 전략적 배당금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나이지리아 석유관리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세계 에너지 패권국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의 유조선들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확보전략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 베네수엘라로부터 값을 후려쳐 석유를 비축하던 그 좋던 시절은 끝난 것이다.
‘이란 전쟁의 가장 중요한 후과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을 좌절시키는 억지력 효과가 될 것 같다.’ 스펙테이터지의 분석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불과 수 주 만에 핵시설을 포함한 이란의 모든 군사적 자산을 파괴한 미국의 군사력도 군사력이지만 중국의 에너지 공급루트인 전략적 해로와 요충을 통제하는 미국의 탁월한 경제전쟁 수행 역량은 태평양전선에서도 ‘미국 우위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거다.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재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전쟁을 이기고 있다’- 내려지는 총체적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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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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