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해당화’ 이것은 내가 1977년 이민와서 1978년 이화여대 교수로 계시던 이순혁 교수님으로부터 그려받은 책표지다.
‘임오년 새아침’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글속의 일들이 아마득한 먼 피안의 동화같이 느껴지는데도 계미년 새아침에는 또다른 동화가 새로 이사한 새아파트에서 꽃을 피운다.
이제 8개월이 되어오는 재민이와 큰아들 내외, 벌써 네번째 생일을 지난 재현이와 3월이면 3번째 생일을 가질 재용이 아빠, 엄마 그리고 딸 내외와 2번째 생일이 지난 자강이, 그리고 만삭의 자강이 동생! 방 두개 이층 아파트에서 나는 떡국을 끓이고 장할머님께서 만들어주신 만두를 찜통에 쪄놓고 떡만두국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떡국 속에 장할머님의 정성을 담고... 할아버지는 손자들을 데리고 클럽하우스로 아파트 정원길들을 산책하려 나가고... 열한개의 돌계단을 올라 와 두어걸음 돌아서 네돌계단을 올라와 오른쪽 난간의 끝에 ‘234’라고 쓰여진 지붕이 있는(?) 아파트
‘Season’s’.
작은 며늘아이는 남편이 사다놓은 싱크대 앞 나무판 위에서 설겆이를 하면서, “어머니, 저는 높은 천정이 있는 집이 좋은데요” “그래, 이제 높은 천정이 보이는 새집을 한번 찾아 보거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정말 바쁘다”라고 하면 남편은 웃는다. 벌써 은퇴한지 5년을 넘겨놓고도 바쁘다니. 1월말이 딸아이의 둘째가 태어날 예정일인데 글쎄 제 아빠의 생일날에 자강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어찌아니 바쁜가. 남편도 이제사, 참 정신없이 바쁘다고 한다.
‘수줍은 해당화’ 마침 내 책장 속에 1960년부터 작년까지의 글조각들을 한데모아 일곱권의 스크랩에 정리를 하니 백한개의 자질구레한 동화같은 일상들이 나란히 나란히 하고 있는 바로 그날! 작은 아들아이가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 하자고 들렀다.
뭘하고 지내는지? 자랑스럽게 내 책장을 보여주고 또 궁상을 뜬다. 빨리 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누가 좀 도와줬으면? 동화같은 일상의 글조각 속에 끼워넣을 사진들과 또다른 조각글 들을 내 일기장 속에서, 내 메 모에서 꺼내고 나머지는 버려 야지.
그리고 또 가슴 아프지만 수많은 책들도 버려야지. 이곳에서 다른곳으로 이사갈 때는 정말 책 한권도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남편에 순종해야지.
어제는 모처럼 정말 모처럼 교회에 갔다 새성전을 지을 곳에서 예배를 보는 날이기도 하니깐. 김목사님의 설교 주제는 ‘포기.’ 그래 ‘포기’함으로써의 그 자유와 참 행복, 수많은 책 속에 공해하나를 더한다면 포기를 해야겠지? 그런데 내 아이들이 나의 한권의 책을 가지고 싶어 한다면 나는 그 핑계로 또다른 투쟁도 해야할 것도 같고.
환갑도 지나고 진갑을 맞이하는 해 라면서 친구는 편지를 쓰고 나는 또 진갑이 뭐노? 하면서 새로운 소식이나 들은 것 같이 경이로와 하면서 “환갑 진갑 다 지내고...”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해본다.
작년에는 시어머님의 영정이 있지만 “지방을 써보고 그 옆에 내 지방을 내 스스로 써놓고 대견해 했으니, 남편말마따나 나는 언제나 철이 들런지?
김옥분/롱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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