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방미 특사단 중 대통령직 인수위 통일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윤영관씨가 미국에서 “차기 정부는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보기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경우에 대비해서 북한의 무기 수출선 차단,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의 대북 송금 금지 등 대북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는 지난 1월 중순 공화·민주 양당의원들의 발의로 미국 상원에 상정된 소위 ‘북한민주화 법안’에서 이미 거론된 내용들이다.
이 법안에서는 이에 한술 더 떠 난민촌 건설을 포함한 탈북자 돕기와 자유아시아 방송의 대북 방송을 현행 하루 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는 것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제 미국의 입장은 삼척동자가 보기에도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이 들끓는 나머지 미국보다는 차라리 북한 편에 서겠다는 고위층들의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구호가 튀어나오고 예전과 달리 미국은 이에 맞서서 미군을 서울 이남으로 재배치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는 분명 체통 있는 미군 철수를 위한 사전조처 내지 한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틀림없다.
바야흐로 한·미·북간의 삼각관계 시대이다. 여기서 200만 재미한인들이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중용지책은 바로 껄끄러워진 한·미간에 중재역할을 한다는 것이나, 이는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한국 정부가 맡아야 할 것이다.
미·북간에 중재역할을 자청하는 것은 현재 상황 하에서 너무나 오해의 여지가 크다. 그러면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인가?
일전에 워싱턴을 방문하여 소위 친한·지한파 인사들을 만났더니 다짜고짜 나오는 말이 거의 멱살을 쥐고 따지는 듯한 어투였다.
“너희들은 왜 갑자기 우리를 미워하느냐?” 피 흘려 싸워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지켜주고 막대한 원조와 우호적인 무역정책으로 부자가 되는 데 앞장서 주었더니 이제 와서 왜 우리를 배신하느냐는 소리로 들렸다.
또 다른 인사는 묻기를 남한의 새 정부는 그렇다 치고, 남북한이 똘똘 뭉쳐서 미국에 대항하면 200만 재미 한인들은 어느 편에 설 것이냐고 했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칫하면 4.29 폭동 때 LA 한인들이 흑인 커뮤니티로부터 받았던 대접을 훨씬 능가하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주류사회, 나아가 미국사회 전체가 미주 한인들을 적대시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 한인사회의 기둥이 되어야 할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구태의연한 서울행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개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 우리 재미 한인들이 가야할 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고, 오늘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햇볕정책인지 햇볕정책인지를 앞장서서 반대하는 차원에서, 통일의 원동력이 될 제3의 대안인 탈북자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신동철 / 목사
dougeshi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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