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사 속에서 지난 100여년의 근대화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었다. 그리고 최근의 휘몰아치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정세는 너무나 넘기 힘든 과제이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되어 산발적으로 제기되어 온 입장과 주장을 관망하면서 깊이 있는 사고와 역사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2차대전 전까지 프랑스, 러시아, 청나라, 미국, 일본 등에서 군대를 보내어 각축전 끝에 일본군의 군사통치를 36년간 받았으며, 8.15 광복 이후 미군과 소련군의 군정에 이어 한국 전쟁을 통하여 중국군과 유엔 산하 16개국의 참전은 계속되는 50년간의 휴전과 군사 긴장의 상태로 이어지고, 분단의 국제적인 조건이었던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한반도를 덮고 있는 군사화를 녹여내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 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강산이었기에 그렇게나 험한 위치에 놓았을까 하는 원망마저 생기는 기구한 민족의 운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민족의 희망을 포기한 적은 없다. 너무나 가혹하게 당했기에 높은 이상을 꿈꾸며 민족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만주 벌판에서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외친 독립국가 건설과 외국군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한반도를 설계하는 것은 민족적 과제이며 추구해야 할 실질적인 목표이다. 우리 민족은 부족하여 미래 영원히 강대국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듯이 우리 역량으로 동북아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시기에 미국이 철군해야 한다는 것 또한 시비될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이다.
다만 민족 역량의 육성을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로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또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곧 한반도에 전쟁의 불바다가 조성될 것이라는 주장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 또한 역사적 고찰이 부족한 것이다. 복잡한 국제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우리 민족이 주축이 되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것 있는가에 과학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소리 높이는 주의주장보다는 땀 흘려 우리 민족의 역량을 키울 때 역사 변화는 필연적으로 온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반미이고 주둔 주장은 친미이고 하는 식의 단순화된 이분법적인 사고가 민족 분단의 현실 속에서 너무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나아가 아직도 물리력으로 한반도의 냉전을 해결하려는 사고에 빠져 목소리 높이는 행동 자체는 이제 그만 되풀이되어야 한다. 미주 한인동포로서 우리들의 역사 인식과 행동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요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시하여야 한다.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통과한 LA 시의회나 시민들을 반미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하는 미국인들이 없듯이 부시 정권의 한반도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으로 절대 비취지지 않는다. 경솔한 행동으로 민족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거나 한인 이민 커뮤니티의 얼굴에 흙칠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 시대에 보았던 궐기대회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보기는 한마디로 너무 싫다.
심인보 민족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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