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오면 나는 가벼운 흥분으로 들뜨곤 한다. 왜냐하면 봄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LA 마라톤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라톤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생각한다.
마라톤에 나가기 위하여 연습하는 과정도 그렇고 마라톤을 뛰면서도 인생살이에서 겪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만난다. 26.2마일의 긴 ‘인생 길’을 가면서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어려운 고비들을 이기면서 완주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한 발짝 두 발짝 끝없는 듯한 골인 점을 향해 모든 힘을 쏟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골인 점을 통과하고 난 후에 느끼는 희열감과 가슴 뿌듯한 자랑스러움이 며칠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 그러기에 누군가 마라톤도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고도 말한다. 빗맞은 안타나, 잘못 맞아 굴러서 그린에 올라가는 운이 따라주는 경우는 마라톤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오직 얼마만큼 성실하게 연습하고 욕심 없는 마음으로 마라톤에 임하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온다.
그러므로 요행으로 복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는 마라톤을 할 수 없으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듯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직하고 고지식한 운동이다. 그리고 어느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해마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90세 할아버지가 6시간대에 완주하고 70이 넘은 할아버지가 3시간41분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인간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깨울 수 있는 운동이 또한 마라톤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완주하는 것으로 만도 큰 기쁨을 느끼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기록이 좋아지는데 느끼는 기분 또한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물론 기록이 나빠질 때는 절망의 늪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전화위복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은 기록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지난해에는 5시간6분의 기록이었지만 올해에는 3시간51분의 기록으로 나의 최고기록을 8분이나 앞당겼다. 물론 내년에는 또 어떤 기록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꾸는 보스턴 마라톤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록을 더 단축해야 한다. 그러한 꿈이 있기에 꿈을 이루기 위하여 오늘도 나의 삶의 가치를 느끼며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또한 마라톤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LA에는 한인 마라톤클럽이 몇 개가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만나는데 패사디나에 KART, 세리토스에 EASY RUNNERS, 그리피스 팍에 KMC, 그리고 몇 개의 단체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에 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을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에 단체에 가입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회비는 받지 않으며 친절하게 초보자부터 가르치므로 누구나 쉽게 마라톤에 입문할 수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한인들이 마라톤에 참가하여 건강한 삶을 사는데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
조진섭/한인마라톤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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