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로서 올해 부활절을 맞이하며 접하는 몇 가지 한국 기독교계의 소식은 여간 ‘비범한’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나뉘었던 사람들이 이제부터라도 하나 되고자 ‘용트림’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 기독교교회의회(KNCC)는 ‘그리스도 부활은 우리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총탄으로 쓰러진 가련한 죽음을 애도함으로 우리의 의무가 면해지지는 않는다. 반전의 깃발만으로 찢겨진 우리의 치부를 가릴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옷을 벗어서 헐벗은 이에게, 그리스도인의 성찬을 굶주린 이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이 참됨을 증거할 수 있다”는 선포였다.
동일한 맥락에서, 한국에서는 교단을 초월한 개신교 부활절 연합예배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고 한다. 특별히 ‘남과 북이 함께! 장애인이 함께!’라는 주제를 걸고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이 자리에서 확인하고, 또한 분단 남쪽에서 벌어진 동과 서의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며, 심지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극복을 위한 대 화합을 지향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예배에는 특별히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과 평양 봉수대 교회의 성가대가 초청되어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하니 어찌 비범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때 사용할 공동 기도문은 “부활 앞에서는 갈등도, 반목도, 전쟁을 합리화하는 어떠한 주장도 합당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일을 감당하기 원하는 남과 북에 은총을 내리소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또한 부활절에 즈음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분열되었던 한국 교회가 다시 하나됨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동안 한국 교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었던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기독교총연합회가 하나됨을 위하여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화합을 위한 첫 번째 모임에서 한국 교회가 그 동안 사분 오열로 갈라져 지내 왔는데, “이제는 하나되는 때가 왔다”라고 이구동성으로 확인하며 “지난 50년 분열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이제는 화합을 시도할 때”가 왔음에 이심전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기독교계 분열의 책임은 교권 다툼으로 인한 교파와 정파간의 대립구도 못지 않게, 신학적 다양성에 따른 한국 최대 교단인 장로교의 분열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장로 교단들도 벌써부터 강단의 교류를 통하여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한 예수교 장로교(통합), 대한 예수교 장로교(합동), 그리고 한국 기독교 장로교(기장) 교단의 대표자들이 이제는 단절의 역사적 고리를 끊고 강단을 교류하며 통합을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주기도문을 보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말이 맨 먼저 등장한다. 이 말은 하나님을 부르는 공통의 호칭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어느 특정 개인이나 어느 한 공동체를 넘어서는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우주적’ 하나님이심을 강조하는 말이다.
특별히 “우리”라는 말속에서 하나님은 모든 믿는 자의 ‘공통된 아버지’요, 또 그 분 안에서는 누구든지 ‘한 형제’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주기도문은 적어도 어느 한 사람의 필요나 어느 특정 교회의 유익이나 필요성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 심산에서 드리는 기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지역과 성별과 계급을 초월하는 만민의 기도이다. 그런데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을 믿는 ‘한 형제’들이 어찌 서로 갈라지고 나뉘어서 되겠는가? 예수 그리스도 부활 정신으로 어서 빨리 ‘하나 됨‘을 이루자.
조일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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