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귀국하는 조카네 식구들과 저녁을 들면서, 아이들을 한국에서 교육시켜야 하나 미국에서 교육시켜야 하나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때 아들 녀석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내가 실컷 놀면서도 행복하게 자란 것처럼, 내 아이도 나처럼 실컷 놀면서도 행복한 아이로 키울 거야!” 그 말에 우리 부부는 ‘뿅!’갔다. “그래 맞아, 공부 교육’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 교육’이 승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나는 아들이 공부 지옥에서 사는 것이 싫어서, 시험 때가 되면, 아이를 데리고 나가 의도적으로 놀게 해주곤 했다. 그래서 그의 성적은 항상 평소 실력이다. 성적표의 가정통신문을 쓰는 난에는 “제 아이에게는 공부보다는 인격과 예의를 배우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한번은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이 “과외 안 하는 사람 손들어 봐요” 했더니, 우리 아이와 아주 정말 가난한 아이, 두 아이만 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아이는 방과후에 놀 애들이 없어서 가난한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하고 놀았다. 슈바이처가 어릴 때 가난한 아이와 싸웠는데, 그를 땅바닥에 눕히자, “나도 너처럼 고기 먹고 자라면 널 이길 수 있어!”했던 말이 평생 따라 다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그런 가난함을 느꼈다고 본다.
졸업생 중 동양인은 저 하나인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합창단에서 아들이 작사 작곡한 곡을 가지고 졸업송가를 부를 때 가슴이 뭉클 하였다. 졸업생들로부터의 평가에서, ‘앞으로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기분 좋게 지명된 아이는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그 학교앨범에 기록했다.
아들은 대학도 오로지 한군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립대학을 선택했다. 자녀를 멀리 타주로 대학에 보내고 고생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왜 멀리 가니?”하고 물으니, 그 아이들 대답이 “남들이 가니까요!”했다고 한다. 생각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명문대학의 신입생 둘이 택시를 타고 학교로 들어가는 첫날이었다. 그 학생들은 자기 학교의 선배들이 졸업해서 전도 유망한 자리에 가 있겠지 하면서 우리도 크면 무엇이 될까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이 말을 들은 택시 운전사가 “오, 자네들 신입생인가? 나 그 학교 xx회 졸업생이야, 축하해!” 하더라는 것이다.
하버드, MIT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지낸 한인 교육 전문가가 말했다. “하버드는 한해 2900여명을 뽑는데 18,500 여명이 응시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아시안 학생들은 ‘공부만’ 잘해서 떨어집니다. SAT 만점 맞는 사람 중에서도 그 대학을 떨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럼 누구를 뽑느냐 구요? 총체적인 인간됨됨이를 보고, 그 삶이 매력적인 사람을 뽑습니다.”
우리 아이의 삶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고, 앞으로 자녀가 생기면 자기처럼 ‘행복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복을 가꾸지 못하면서, “너희만은 나보다 더 나아야 한다”며 자식들을 공부의 노예를 만드는 부모들이 혹 있다면 행복에 관한 한, 아들은 아빠의 붕어빵이고 딸은 엄마의 국화빵이라는 사실을 생각했으면 한다. 자녀가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교육, 공부에서는 매력이 좀 떨어져도 인생을 보면 매력이 넘치는 그런 아이들로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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