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을 방문한 박관용 국회의장이 전한 얘기다. 박 의장은 지난 11일께 워싱턴에서 제임스 켈리 미국무차관보를 만났다. 켈리는 박의장에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동상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손을 앞으로 쳐들고, “이라크에 후세인의 동상이 이렇게 서있었지요”라고 말하고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떨어 뜨렸다. 그 동상이 미군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제스처 였다.
그리고 켈리는 “지난 번에 평양을 갔더니, 김일성의 동상이 사담 후세인의 동상처럼 손을 앞으로 쳐들고 있더라”고 의미있게 한 마디 했다고 한다. 그 말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서 정권을 교체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미국 언론들이 북한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 공격을 통한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메모를 돌렸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자, 미국 방송들이 좋은 기사거리를 만난양 읊어댔다. CNN은 오후 6시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인 루돕스 머니라인에서 3일째 한국 특집을 다뤘다.
북한이 핵 문제를 질질 끌 경우 미국 강경 보수파들이 더 전쟁 가능성을 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교체론은 미국 보수파들의 오랜 생각이었다. 딕 체니 부통령도 북한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필두로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자는 비둘기파와 럼스펠드와 같은 매파가 공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여러 각료들의 주장을 들은 후 단계별로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단계에서 부시 대통령은 파월 장관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외교 채널이 더 이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은 강경파들의 주장을 마지막으로 선택한 전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월 장관의 부하로 베이징 3자 회담에 미국측 대표로 참석한 켈리마저 북한이 까불면 꺾어버리겠다는 의미를 한국의 정치 지도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하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지난 14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도 한미 공조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한을 너무 믿고 있는 게 아닐까. 북한이 핵 재처리에 들어가고 억지를 부려 회담이 실패할 경우 한국은 무슨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위도 불참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지만, 북한의 요청으로 3자 회담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어떻게 설득 할것인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5월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중요하다. 조지타운 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미국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면 체니 부통령을 비롯, 미국 보수파를 설득할 수 있을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야당의 지지를 얻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1월 워싱턴을 방문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이례적으로 만났고 그 직후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켰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 안위에는 여야가 없다. 미국 보수 세력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설득은 한국의 국론을 통일하는 갈이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유약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에 2억 달러의 비밀 자금을 주고도 한마다 야단도 치지못하는 그런 햇볕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컬럼비아 대학의 노정호 교수는 “한국이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을 이해할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에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북한 대해 준 만큼 요구하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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