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전철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축 처진 어깨에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들이 피곤에 지쳐 하나같이 성급한 발걸음들이다.
문득 나는 나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얼마나 웃었는가?"라고.
오늘뿐 아니라 요즈음 좀처럼 크게 소리내어 웃어본 기억이 없다.
’소문만복래’라고 했다. 웃는 집안에 복이 찾아온다고 했다. 웃음은 웃고 싶을 때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어떤 동기가 있어야만 웃음보가 터지지 않는가. 웃음은 전염이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명랑한 웃음은 상대방을 즐겁게 만들고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래서 명랑한 웃음은 자연계가 부여한 최고의 강장제라고도 한다.
언제나 밝게 웃는 사람은 마음도 건강해지고 육체도 건강해서 늘 행복한 사람이란 것을 다 알고 있다. 따뜻한 미소와 밝은 얼굴은 상대방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마력을 갖고 있다.
사실 요즈음은 웃고 싶어도 웃을 만한 건덕지가 없다. 불안한 세계 정세와 경제,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들이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울한 마음에 상처를 안고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타민처럼 한 알만 먹으면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한 알, 나도 한 알 먹고 웃음이 봇물처럼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서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녹아 내리면 하는 착각에 빠져 있어도 신바람 난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무언지 모르게 많이 달라졌다.
친구는 오래 전에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아들 하나 키우며 힘겹게 2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 친구는 오로지 아들에게 모든 인생을 걸고 살았지만 아들은 사춘기 전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다. 엄마한테 소리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보통이었다.
친구의 아들은 머리도 영리하고 정직한 아이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용서 못하는 것이다.
친구는 열심히 교회에 다니면서 아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가면서 기도를 했겠는가? 친구의 애타는 기도의 응답이었는지 지금 그녀의 아들은 180도로 변했다.
그동안 거친 삶은 그녀의 모든 기쁨과 웃음을 앗아가고 얼굴에 고통과 슬픔만이 어둡게 가리워 있었다. 그렇게 평생 한번도 웃지 않을 것 같던 친구가 지금 내 앞에서 활짝 웃고 있지 않는가.
나도 모르게 "그동안 더 예뻐지고 젊어졌네" 하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그 친구는 밝게 웃으면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체념하고 살기로 했어" 한다. 요즈음 아들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했더니 다른 아이들보다 늦었지만 대학교에 잘 다니고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친구와 오랜만에 웃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니 내 마음까지 즐겁고 상쾌해 진다.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이라면 어둡고 우울한 얼굴보다는 활짝 웃는 얼굴이 더 좋지 않을까.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다. 어두운 터널이 지나면 밝은 햇빛이 가리듯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꼭 이루어진다고 했다.
강희진 / 포트 워싱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