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은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한시간 정도만 가면 바다에도 갈 수 있고 호수에도 갈 수 있고 산에도 갈 수 있다. 앤젤레스 국유림은 경치도 아름답고 길이 꼬불꼬불 하여서 세계의 모터사이클 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일년에 수명은 속도를 너무 즐기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산길을 가다보면 헬리콥터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거나 소방대원들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 사람을 구출하고 있거나 또는 연습하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나는 이 산을 수십 번도 더 가보았다. 젊었을 때는 아무 산길이나 무작정 가다가 해가 지면 그곳에 텐트를 치고 잤다. 기화요초도 아름답고 어떤 때는 도마뱀과 기다란 실뱀이 경주하는 것도 본다. 먹히지 않기 위해서 도마뱀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먹기 위해서 뱀은 필사적으로 달린다. 뿔 달린 도마뱀은 길들이기가 쉬어서 잡아서 데리고 놀다가 손을 펴 주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몸은 흙색이지만 입 속은 빨갛다.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물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다.
한번은 딸기봉 뒤편의 암반 절벽 밑에서 잔 적이 있다. 같이 간 사람더러 먹을 것을 모두 달라고 하여 소나무 가지에 묶어놓았다.
밤에 쿵하는 소리에 잠이 깨어서 텐트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입이 딱 벌어졌다. 황소보다 더 큰 시커먼 곰이 식탁 위에 서서 음식 봉지에 손을 뻗친다.
곰은 아무리 해도 음식이 내려지지 않자 좀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있는 일행의 텐트로 간다. 그리고 텐트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속이 떨렸지만 어떻게도 할 수가 없었다. 곰은 그 사람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쏜살같이 숲속으로 도망친다. 이 사람이 나중에 말하길 라면 두 봉지를 텐트 앞자락 밑에 두었는데 그것이 없어졌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칠라오 캠핑장에서 잤다. 여기의 곰들은 덩치는 작지만 대담하여서 사람이 보는데도 태연히 식탁 위의 음식을 훔쳐간다.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소나무에 매달았다. 그런데 이 곰들은 나무 타기의 명수인줄을 나는 몰랐다.
해가 지자 한 놈이 소나무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이 음식을 빼앗기면 내일 아침 밥거리가 없어진다.
재빨리 다가가서 들고 있던 작대기로 놈의 배를 찔렀다. 놈은 윽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나무 꼭대기로 단거리 경주 선수처럼 한달음에 올라간다. 나는 음식봉지를 다시 내려서 이번에는 소나무 가지의 끝에 매달았다.
또 다른 놈이 오더니 나무로 올라간다. 이번에는 그냥 두고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놈은 휘청거리는 나뭇가지 끝의 음식 봉지를 내리는데 실패하였다.
나는 밤에 자면서 승냥이 우는 소리, 곰소리, 개소리, 사슴소리가 합창하는 것을 들었다. 아프리카 정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나는 또 밤에 곰이 내 옆구리를 물어뜯는 꿈을 꾸었다. 악몽을 꾸고 기겁을 하고 깨었다. 평소 간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겁을 먹었던 같다.
서 효원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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