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게가 옆으로 걷는 것을 본 어미 게가 한 마디 했다. “너는 어째 옆으로만 가니. 앞으로 똑바로 좀 가 봐” 아기 게가 대답했다. “아무리 똑바로 가려고 해도 안 돼요. 엄마가 한번 해 봐요” 엄마 게는 모범을 보이려 몇 번이고 시도해 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참다 지친 아기 게가 한마디했다. “그거 봐요. 엄마도 못 하지 않아요”
누구나 다 아는 ‘어미 게와 아기 게’ 우화 한 토막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뭐가 옳은 일이고 뭐가 잘못된 일인지 안다. 그러나 이를 날마다 실천에 옮기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뭔지 아는 것보다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이다.
신학자 중에는 이를 “인류의 조상이 선과 악의 지식이 담긴 선악과만 따먹고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을 가능케 하는 생명나무의 과일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윤리적으로 완벽한 삶을 산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위선이다. 이 악덕은 남보고 똑바로 살라고 얘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교사, 목사, 신문사 논설위원들 사이에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만이 이런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는 별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면서 자식보고는 “공부 잘 해”가 입에 붙은 부모와 후배, 하급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선배, 상사는 모두 이런 잘못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은 위선자인 셈이다.
미국인들에게 도덕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소명으로 삼아온 도덕군자 빌 베넷이 상습 도박자로 밝혀졌다. 도덕적 교훈을 골라 모은 ‘도덕 이야기’(The Book of Virtues) 등을 펴내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던 그는 땅에 떨어진 윤리의식을 개탄해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카지노에서 탕진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그가 도박으로 날린 돈은 지난 10년간 800만달러에 달한다.
베넷은 이 사실이 공개되자 “잃기도 했지만 벌기도 해 결과적으로는 본전”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가 슬롯머신과 비디오 포커를 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도박 중독자의 자기 기만에 가깝다. 슬롯머신을 오래 해 돈을 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도박하는 데 남이 웬 상관이냐”는 그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마약 합법론자들이 마약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했을 때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며” 비판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연방 교육장관과 마약 단속국장을 지낸 베넷은 뒤늦게 “내가 도박을 좀 많이 했다. 앞으로는 끊겠다”고 밝혔지만 평소 그를 미워하던 리버럴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남에게 가혹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것은 창세 이래 인류 공통의 진리다. 다른 사람의 행위를 비난하려는 사람(베넷을 비난하는 사람 포함)은 그러기 전 조금은 자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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