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새벽 몇 시인지 모르겠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며 급히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의 흥분된 소리에 나도 모르게 용수철처럼 잠자리에서 튀어 일어났다.
“주현아, 그래 미국에 왔니? 미국에 왔어?”
대답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귀국을 대기 중이라고 했다.
이라크 전선에 해병 상병으로 파병된 아들과 처음으로 나눈 짧은 전화는 그렇게 끝났다. 전쟁이 끝났다는 말과 건강하다는 말을 직접 그의 육성으로 듣게 된 것만으로도 우리 내외는 너무 감사했다.
생후 두달만에 앞서 유학을 온 아빠 곁으로 미국에 오게된 아들은 이민목회 목사의 아들답게 잘 자라 주었다.
대학에 들어가 1년을 마친 후 어느날 그는 해병에 입대할 계획이라며 그의 의중을 밝혔다.
처음엔 다소 의아했지만 곧 그의 결정을 존중하며 격려했다. 왜 해병에 입대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독립심을 기르고 모험을 하며, 아빠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다. 아직 어린 학생으로만 여겼던 아들의 고백 속에서 나는 그 이유가 분명하고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이 입대하던 날, 그때도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그를 떠나 보낸 후 우린 많이 울었다. 지금도 그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끝까지 잘 참고 견디어낸 것과 전쟁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기도와 성경말씀을 통해 극복해냈다고 하는 말을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맺힌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보낸 편지에서 아들은 “여기서 고생 많이 해도 집에 있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식구들은 고생 안하게 하기 위하여 기쁘게 날마다 살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 그는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라는 사명감 때문에 고생을 기쁘게 여기며 사막의 험악한 폭풍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MBC TV 시사프로인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노정선 교수(연세대 원주 캠퍼스)가 했다는 발언을 전해 들었다. 그는 “미국은 마리화나 피우다 잡히면 군대 간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은 대학에 남아있지 군대는 안간다. IQ 낮은 자, 범죄자, 성격 문제자가 군대 가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첨단 장비를 주면 다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라는 몰상식한 말을 했다.
4,084명에 달하는 한인 미군과 전쟁에 파병된 1,000여명의 용사들은 미국 사회에서 한인 동포들의 위상을 높여주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넓혀 주고 있음을 왜 모르는지, 아니면 왜 억지를 부리는지 불쌍한 생각마저 든다.
MBC 방송과 노교수, 그들의 편견과 악의에 찬 방송 의도와 발언에 솔직히 조국의 반미적 언론과 유치한 지성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
전쟁이 한창일 때 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이 전사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나 놀랬다. 그게 정말 사실이냐고 반문했다. 대답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것은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마냥 울었다. 그리고 꿈을 깨며 그렇게도 기뻤다.
5월, 가정의 달이다. 파병 가족들에게 5월의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함께 고심하며 가로수마다 노란 리본을 달아 주고 격려해준 동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송기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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