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카풀레인에 들어섰다. 나와 남자친구 둘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하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5분 정도 기분 좋게 달리다 보니 ‘3인 이상 카풀’이란 표지판이 보였다. 신속하게 차선을 바꿨고 적발되지도 않았지만, 2인용 스포츠카였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뻔뻔한 사람들로 비쳐졌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카풀레인의 규칙을 준수하려는 운전자의 한순간 뜨끔했던 경험담이다.
하지만 ‘양심’을 내던지고 달리는 운전자들도 상당수다. 한 대학교수는 “저녁 늦게 강의를 마치고 귀가 길에 프리웨이 1차선으로 들어섰고 붐비지 않아 카풀레인을 달리는 차량과 거의 나란히 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탄 듯한 차량을 유심히 보니 승객 석에는 사람인형이 벨트에 매인 채 앉혀 있었다”고 운전자의 천연덕스러움을 전했다.
이보다 더 대담한 사람도 있다. 한 라디오방송 직원은 “기회다 싶으면 언제든 카풀레인으로 끼어 든다. 특히 러시아워에는 경찰이 위반사실을 눈치채도 교통혼잡을 야기해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원성을 살까봐 잘 잡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1~2년에 한번 적발된다 해도 시간절약과 스트레스 해소를 감안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했다.
다이아몬드 레인을 교묘히 이용하는 운전자가 있는 반면 무용론을 제기하는 운전자도 있다. 한 플러머는 “하수도가 막혀 물이 넘치고 있다는 현장으로 급히 가야 하는데 길이 막히면 애가 탄다. 그런데 캐주얼 차림의 청소년들이 카풀레인으로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고 불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분풀이를 야무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운전자는 “나홀로 운전자들이 카풀레인에서 버젓이 달리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차에 녹음테입을 준비해 이들 차량의 종류와 번호를 녹음해 나중에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다.
지독히 막히는 ‘101 프리웨이’ 확장을 위해 교통전문가들이 작성한 34억 달러 규모의 계획안에 대한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이 안에 따르면 스튜디오시티와 다우전옥스 31마일 구간에 카풀레인을 2개씩 양쪽 모두 4개 신설해 소통을 원활히 하자는 게 골자다. 당연히 카풀레인 반대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카풀레인들은 텅텅 빌 것이고 일반 레인은 더욱 붐빌 것이다” “카풀레인 만들 돈으로 2층, 3층 고가도로를 만들자” 등등.
유용하지만 말도 많은 카풀레인. 프라이버시를 각별히 여기는 운전자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남과 합승하면서까지 ‘다이아몬드 대열’에 선뜻 합류할 것 같지는 않다. 쌍방향 2개 차선도 모자라 4개 차선에 다이아몬드를 그려 넣자는 아이디어는 왠지 보통 운전자들의 정서와는 겉돈다는 느낌 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