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개최로는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정경진 뉴욕대한체육회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양분된 달라스와 아틀란타 두 곳 모두 다녀갔다.
뉴욕대한체육회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줏대없이 이편 저편 줄서기 하는 모습을 보여준 타 도시 경기단체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학연이나 지연을 떨쳐버렸다.
뉴욕체육회가 당초 아틀란타로 결정했을 때 일부에서 “정회장이 아틀란타 개최를 추진하는 김용길 재미대한체육회장과 학연으로 아틀란타로 오게됐다”는 뜬금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회장은 “전미체전은 한민족의 화합 정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화합을 깨뜨리면서 체전을 치게 되면 한인 이민역사에서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탕수수 밭에서 시작된 이민사가 비록 갈등의 시대를 거쳤다고는 하나 한 세기라는 세월이 지나 우리의 앞길에는 ‘화합’이라는 화두가 놓여있다. 우리 2세들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틀란타는 과연 어떤가. 기존 조지아대한체육회는 달라스 대회를, 또 다른 조지아한인체육회는 아틀란타 대회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와 같다.
만일 이대로 나간다면 주인은 달라스로 빠져나가고, 손님만 아틀란타에서 경기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가장 큰 우려는 아틀란타가 분열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여기서 아틀란타의 두 단체에 대한 정통성을 논할 생각은 없다. 조지아한인체육회는 실제 경기 가맹단체가 없는 급조된 단체이고, 조지아대한체육회는 실제 경기 가맹단체들로 구성된 정통성 있는 단체라고 치부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유보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왜 아틀란타에서는 ‘전미체전 보이콧’이란 피켓을 들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미주최대 체육단체인 뉴욕대한체육회가 이번처럼 보이콧을 선언하기 이전에 우리 아틀란타가 먼저 전미체전 불참운동의 선봉에 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전 한인회가 마련한 전미체전 긴급토론회도 이런 갈등을 봉합시켜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소득이 없이 끝났다. 오히려 갈등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느낌만 주었다.
이민 100주년의 뜻깊은 해에 왜 아틀란타에서 전미체전을 개최를 하느냐, 못하느냐로 불신을 조장해야 하는가. 차라리 보이콧을 선언했더라면 96올림픽이 열린 아틀란타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일은 적어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격언도 있다. 아틀란타도 뉴욕 처럼 전미체전에 보이콧을 선언한다면 ‘뻗어가는’아틀란타의 이미지를 새로이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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