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전통문화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가장 안정된 상태로 정리된 결정체이다. 정원의 역사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발전되어 오고 있으며, 정원은 각 나라 고유의 의식주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자랑스러운 정원문화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 세계에 전혀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의 대륙적 스케일과 일본의 아기자기한 섬나라 문화와는 엄연히 다른 절충적 정원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 일본 정원은 세계 도처에 조성되어 문화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미 1978년 정부 산하에 `조경공사’를 설립하여 1980년부터 해외에 `중국정원’만들기를 시작한 끝에 1999년까지 60개소를 조성했다고 2000년에 발간된 `문화사절-해외중국정원’이라는 단행본에 소개하고 있다.
그 책 속에는 개원식 때 총리나 주석이 꼭 참석했고, 상대국에서는 수상이나 왕이 함께 테이프 끊는 사진이 자랑스럽게 실려 있다. 일본 역시 세계 도처에 많은 `일본정원’을 만들어 오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정원의 시조는 서기 612년 백제에서 건너간 미치고노다꾸미(노자공)이며 그가 궁궐 남쪽 뜰에 수미산과 홍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에 나오는데 이것이 일본정원의 효시가 되고 있다.
그 후 우리의 정원문화는 1500년 가까이 되도록 해외에 한번도 나가지 못한 채 한반도에 머물러 있다가 1989년 오사카 꽃박람회 때 처음 해외에 나들이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파리와 테헤란에 `한국정원’을 조성하여 그곳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민 100주년이 되는 미국에는 한국정원이 아직 한군데도 없다. LA에서 뜻있는 몇 사람이 10여 년 전부터 한국정원을 만들고자 백방 노력한 끝에 LA식물원으로부터 식물원 내 3,000여평의 부지를 할애 받아 이곳에 한국정원을 만들기 위해 `우리동산모임(Korean Garden Society)’이라는 단체를 작년 말에 결성하고 설계, 시공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많은 독지가들이 참여하였으면 한다.
사실 이런 사업은 정부에서 추진하거나 지원해 주어야 하는 문화사업이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수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문화수출도 병행해야 될 때가 왔다.
이 사업이 꼭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노인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고, 2,3세들에게는 모국에 대한 1자긍심을 심어 주며, 타민족들에게는 한국정원 문화의 진면목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심우경 고려대 교수
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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