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 ‘한국 대중문화 수출기지 설치’라는 기사를 읽고 본인은 곧바로 한류열풍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이러한 사업을 이제나마 미주에 계획하고 있다니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여긴다. 다만 경제적인 측면을 우선으로 한 점에는 조금 씁쓸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대중문화도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이니 이를 통해서도 한국 문화가 소개될 수 있어, 국위선양은 물론 재미 동포들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일익이 되리라 믿는다.
원래 한류열풍이란 중국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나 열광을 나타내는 말로, 중국에서만이 아니고 동남 아시아에서도 일고 있는 일종의 경제문화 유동현상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문화관광부가 경제성이 무한한 미주를 표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가 먼저 유의해야 할 점은 미주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중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선 우리와 언어 문화 정서적인 면에서 흡사한 점이 많고, 중국정부가 연변지역을 자치주로 설정 보호한 관계로 동포 2,3세들은 모국어에 능하고, 교육 소득면에서도 수준이 중국인들보다 높은 점등이 일차적 요인이 됐고, 그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경제 수준과 개방적인 대중문화가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미주에서 그들보다 후진에 있는 우리 대중문화 매체를 통한 공략으로 한류열풍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문화의 보급 내지 세계화는 거의 현지 동포들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고, 출판사업도 국내 번역작품보다 현지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들이 그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우선 현지 동포의 참여가 배제된 사업 성공은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계획 수립부터 이곳 경제단체와 문화단체의 자문과 사업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대중 문화보급 사업이라지만 그래도 일반 순수예술이나 전통예술도 병행해서 보급되는 그런 조화된 사업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미주거주 예술인과 연예인들을 적극 지원 육성하여, 그들을 통해 미주류사회의 우리문화 인지도를 높이는 일차적인 정지작업 또한 병행실시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국가라고 자처하고, 대중문화를 수출한다면서 정부 지원 해외 한국 문화원이 고작 네 곳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고, 국내인구 7분의 일에 해당하는 해외 거주 한인들의 엄청난 힘을 한국 정부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박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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