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기부와 자원봉사’라고 한다. 자본주의적인 시장원리가 깊숙이 뿌리내린 미국사회가 그나마 건실히 지탱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싹터온 기부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강철 왕 카네기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자신들이 쌓아온 부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을 가진 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기부가로 유명한 카네기는 엄청난 돈을 벌었으나 못할 짓도 많이 한 기업인으로 좋지 않은 평판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바쳤다. 수천 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어주었고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이 엄청난 재산을 출연하여 이 재단이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하여 지금도 막대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큰 기업이나 거부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도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Giving USA 2000) 2001년도 미국전체의 기부금총액은 2,2120억 달러에 달했고 이중에서 개인들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1,607억 달러로 전체의 75.8%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민의 98% 정도는 한해 동안 어떤 형태로든 기부금을 낸다고 한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기부 행위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일상 생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서는 한국에서도 기부문화의 정착이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변호사출신의 시민운동가가 만든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소득의 1%나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날로 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봉급에서 매달 1%를 떼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직장인과 출판한 책의 인세 1%를 기부하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보다 성숙한 사회를 위한 조용한 혁명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기부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미국에 살면서도 한인들에게 기부라는 것은 별로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이루어지는 것도 감성적 기부인 경우가 많다. 불쌍한 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고 주머니를 털어 기부한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혹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기부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인들이 행하는 기부의 대부분은 교회헌금 같은 종교적인 성격인 경우가 많고 학교나 도서관 같은 곳이나 사회복지 단체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한인들은 매우 드물다.
최근 한국갤럽이 조사한 기부지수에 따르면 절반 가량의 기부가 교회와 사찰 등 종교기관에 대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기부는 대부분 교회나 사찰을 짓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수백 만 달러가 들어간 교회건물들이 많이 있다. 이중에서 10분의 1만이라도 공익을 위한 자선기금으로 쓰여진다면 한인들을 위한 지역사회복지관이 아마 몇 개는 세워졌을 것이다. 내 교회만을 위한 헌금 사용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신앙을 보다 성숙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실천인 것이다.
강석희/한인봉사단체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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