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남존여비 사상은 머리속에 자리를 잡고서 깊게, 오래 오래 조상 대대로 내려왔다. 쓰레기 무더기같이 높이 앉아 코를 찌르며 썩는 냄새를 풍긴다. 너무 오래 맡은 냄새인지라 좀체로 사람들, 특히 남자들 코에서 이사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사상이 남자들에게는 편리한 무기이니까.
이제는 완전한 남존여비를 지키려는 이유인지, 아니면 조금씩 무너지려는 징조인지는 모르지만 아내를 일터로 내보낸다. 그리고 이 세대 또한 여자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 제대로 집도 가질수있다. 뒷마당에 매운 고추도 심고 토마토 덩굴이 이리저리 인생이 엉기듯 엉겨지는 작은 마당도 필요하다. 입고 다니는 옷도 패션에는 영향 받지 않아도 깨끗하게, 매끈하게, 색깔이라도 좀 맞추어 입어야 한다. 매주 교회에 나가며 점심대접도 가끔 하고 외식도 가끔 하며 다른 사람이 물을 뿌린 상추에 고기 몇 점 얹어서 설거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남편은 위대하게 보인다.
그런데 1년의 많은 날들이 그렇지 않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내는 하루종일 집을 비운 것이 자기 죄인 듯 옷도 갈아입을 여유도 없다. 싱크가 애인의 가슴이나 된 듯 그 앞에서 씻고 자르고, 닦고 벗기고 하며 저녁준비를 한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 기차가 역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달리기 선수가 되어 뛰는 가슴을 부여안고 집에 와 정신 없이 저녁준비를 하는 데 같이 들어온 남편은 느긋이 씻고 옷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 “물 한 컵 더, 국 조금만 더, 밥 한 주걱만 더” 하며 엉덩이가 그만 의자에 붙어버렸다.
어떤 날은 일찍 집에 온 아내에게는 전화 한 통 없이 친구들과 골프 치고 식사하고 늦게 온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공이 안 맞아서 화가 났다”느니 “골프내기에서 상대방이 나무 사이에서 알을 까며 속였다”느니 방어작전부터 펴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아내가 벙어리가 되어 주길 바란다.
아내가 요조숙녀 흉내내며 된장찌개 끓여놓고 식으면 또 데우고, 어떻게 하면 더 맛이 날까 수도 없이 맛을 보며 화내면 몸에 해로우니 하나님의 얼굴이 나타날 때까지 천사의 미소를 머금고 기다리기를 남편들은 바란다.
이런 식으로 배우자를 대우하려면 차라리 자기 아내를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 왕좌를 지키는 현명한 처사라고 본다. 저능아가 아닌, 제대로 생각이 있고 적어도 100정도의 IQ를 가진 자손을 가지려면 남자도 여자를 존경하며 손, 발, 다리, 몸 좀 많이 움직이며 구석에 있는 먼지도 눈에 띄면 손수 닦을 줄 알아야 한다.
남자들 사이에서, 온갖 인종들 사이에서 수모를 받으며 돈을 벌고 자기 양말 짝도 잘 못 찾는 남편과 살며 새벽부터 밤까지 젊음을 자식과 남편 치다꺼리하는 아내를 아낄 줄 아는 남편이 되어 아내의 말이 말대꾸가 아닌 것을 자신에게 순간순간 인식시키며 사는 현명하고 어진 남편은 뭇 여성의 이상형이다.
아내가 좀 허황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오더라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초연히 앉아있는 부처가 되어주는 남편은 아내의 존경과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다.
캐서린 케이/ 맨해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