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백화점엘 갔다가 주방용품을 진열해 놓은 곳을 지나게 되었다. 십 여 년 전부터 사용하여 오던 부엌 칼 중에 제일 많이 쓰는 큰칼이 손잡이부분에 금이 간 것을 보고 아주 못쓰게 되기 전에 칼을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나는 독일산 이름난 그 칼이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격을 확인하는데 백화점점원이 상냥하게 도와주겠다고 다가왔다.
그리고는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길래 나도 그 칼이 좋은 것은 잘 알고 있고 사실은 그 상표 칼을 쓰고 있는데 수명이 다 된 것 같아서 새것의 가격을 확인하니 가격이 너무 엄청나다고 하였다. 그녀는 “이 상표는 평생을 보장하는 칼이니 헌것을 가져오면 새것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친절히 말하는 것이 아닌가.
며칠 후 백화점에 가서 칼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칼을 잘 살펴보니 6개 중에 4개가 손잡이 부분에 금이 나있었다. 이것을 다 바꾸어 줄 것인지 미심쩍었지만 큰칼 하나만 바꾸어 주어도 만족하리라고 생각하고 4개의 칼을 다 싸서 가지고 갔다.
백화점에서는 친절하게 재고를 다 조사했지만 마침 내가 가지고 간 것과 같은 모형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불러오고 또 다른 사람이 다녀가고 하더니 결국은 내가 가져갔던 것보다 보기에도 훨씬 잘생기고 좋아 보이는 더 값이 나가는 형으로 칼 4개를 다 바꾸어주고 친절히 포장해 주는 것이 아닌가.
칼을 받아서 들고 오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낄 이유는 없으나 오히려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철저히 끝까지 책임지는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적인 상표에 걸 맞는 값을 톡톡히 하는 그 회사 국가와 민족까지 신뢰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반면 얼마 전 한인타운에서 있었던 일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가슴이 무거웠다. 한인타운에 자주 나갈 수 없는 거리에 살고 있는 나는 날을 잡아서 일본그릇을 파는 곳에 갔다. 그곳사람이 열을 내어 선전하고 권하는 신제품이라는 것들을 몇개 더 사서 예산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메밀 국수 그릇에 있었다. 낱개 포장이 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살피지 않고 그냥 10개를 가져온 것이 포장을 열고 보니 3개나 모서리가 부서져 있었다. 나는 이것을 모두 가지고 가서 물러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그 상점에서는 절대로 물러줄 수는 없고 다른 것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깨진 것을 보고는 그 상표를 다시 구입할 마음이 없었고 또 그 상점에서는 꼼꼼히 살펴서 사고싶은 것은 다 골라 산 뒤여서 더 이상 사고싶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환불은 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물건을 팔 때와는 다른 눈빛과 말투여서 목소리 높여서 언쟁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점을 몇 번 씩 돌면서 내키지 않는 물건을 집어들고 나와야 했다. 물론 그 상점엔 다시 발걸음을 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한인타운까지도 함께 안심할 곳이 못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민족이 함께 모여 사는 이곳에서 경기가 침체되고 불황이 겹쳐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살아 남는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동족끼리 서로 돕고 서로 신뢰하는 일이 일상화되어야 타민족에게도 친절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민유자/실마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