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신학자인 유동식 박사는 한국 기독교의 특성을 구분해 볼 때 ‘부성적 형태’(Paternal Pattern)와 ‘모성적 형태’(Maternal Pattern)가 있다고 논술한 바 있다.
부성적 형태의 기독교가 한국의 유교적(儒敎的) 전통에 뿌리내린 ‘사회 지향적’ 특성을 지닌 것이라면 모성적 형태의 기독교는 한국의 무교적(巫敎的) 전통에 뿌리를 내린 ‘개인 지향적’ 기독교라는 것이다. 전자가 현실 사회에 관심을 두는 형태의 기독교라면, 후자는 현실에는 아예 무관심하거나 맹목적으로 순응한 채, 개인 영혼 구원과 은사 체험, 그리고 교회부흥 성장에만 주력하는 특징이 있다고 하였다.
유동식 박사의 이같은 진술이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 한국 기독교는 해방 후, 이미 ‘신정통주의신학’(Neo-Orthodox Theology)을 배경으로 한 진보 신학의 세력과 ‘근본주의 신학’(Funda-mental Theology)을 배경으로 한 보수 신학의 세력 사이에서, 심각한 대립이 있어 왔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한국 역사의 시대적 조류 속에서 현실 사회에 관심과 책임을 갖고 있었던 그룹이 있었는가 하면, 교회와 세상은 별개이므로 교회가 사회 현실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되며 오직 개인의 구령 사업에만 주력해야 한다는 그룹이 대립해 온 양상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신학적 문제로 인하여 제반의 그 울타리와 지경이 이제까지 고착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금년 들어 우리의 조국, 기독교 교계의 3.1절 행사나 6.25행사 등을 즈음하여 일어나는 일들을 예의 주시해 보면, 이와 같은 고착적 대립 양상이 왠지 더 심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3.1절 행사의 대립 양상 이후, 최근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를 기념해서 이 두 그룹들이 각각의 다른 관점에서 각기 다른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를 또 접하게 되었다.
우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비극의 6.25를 ‘민족 화해의 날’로 선포하고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1일 1분 민족 화해 공동 기도주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민족 상잔으로 기억되던 날을 오히려 ‘민족 화해의 날’로, 그리고 그 주간을 ‘민족 화해 공동 기도주간’으로 정하고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통일의 새 역사가 열릴 수 있도록’ 그리고 남북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반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는 6.25를 맞이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기도회’를 위한 대규모 국민대회를 열기로 하고 재향군인회 같은 보수 단체가 합세하여 6.25를 고발하는 퍼포먼스와 구호제창 등을 통해서 ‘대 정부 시국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혼란스럽다. 유동식 박사의 한국 기독교 특성의 이원론적 구분에 만감이 교차할 따름이다. 교회는 세상을 섬겨야 한다며 현실 참여를 주장해 오던 이들은 1일 1분 조용히 기도의 골방을 찾으려 하는 반면에, 교회와 세상은 철저히 구별되어 교회가 사회 현실 문제에 참여해서는 안되며 오직 개인의 구령 사업에만 주력해야 한다던 사람들이 ‘대정부 시국선언문’을 채택하며 뛰쳐나오는 세상이 되었으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아버지께서 더 헷갈려 하실 것 같다. 다만 한 아버지 밑에 한 자식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나뉘고 갈라져서 대립하고 있을 것인가?
조일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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