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이 가져다준 정신적 충격과 타격 외에도 가장 위로해 주고 같이 아파해 줄줄 알았던 사람으로부터의 외면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지요.”
30대 초반에 남편을 잃고 어린 삼남매를 반듯한 심성과 더불어 교육까지도 훌륭히 시켜 사회인으로 진출시킨 어느 미망인의 말이다. 가사에만 전념하며 아이들을 키우던 그녀 남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녀였지만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조그만 가게를 했다. 가게에서 학교로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생활을 했고 하루 세시간 이상은 잠을 자본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딱히 여긴 남편의 친구들이 가끔 신경을 써 주었으나 그들의 아내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것을 우려했는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자연 그들과의 모임에서 멀어져 갔고 혼 자 사는 여자로서의 비애도 맛보 았다.
부부가 같이 살 때는 문제가 아니던 일들, 즉 깔끔하게 옷을 입어도 뒷말, 필요에 의해 어떤 사람을 만나도 뒷말 등등...
그녀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었던 사람들은 한국사람이 아닌 피부 색깔이 다른 노신부와 이웃들이었다고 한다.
“여자의 몸으로 미국 땅에서 가진 기술도 없이 얼마나 힘이 드셨어요? 사시는 중 재혼 생각은 없으셨어요?” 하고 내가 물으니 힘이 든 줄 몰랐단다.
6개의 까만 눈동자를 보면 얼마나 예쁘던지 힘이 났고 자고 있는 세 아이들을 보면 천사의 모습 같았다고 한다.
남편이 먼저 가기는 했지만 20여 년을 그의 영혼이 지켜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로 인하여 자기가 남을 돌아보며 살 줄 아는 조금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었다는 그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제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며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그렇게 힘이 들었으면 얘기를 하고 도움을 청하지 왜 아니했느냐?”는 말들을 한다며 씁쓸히 웃는 그녀에게 “전문직 여성도 아닌 젊은 미망인이 어린 삼남매를 데리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다는 것 꼭 말해야 아나요. 참 장하세요. 어떤 역경도 하느님 의지하며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나중에 깔끔해요”라고 말했다.
비단 이런 경우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고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임에도 오히려 곁을 떠난다. 특히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의 외면은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이 더욱 쓰리고 아프며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일이 걸린다.
인간의 삶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풍요롭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내일 일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 주위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서로 쓰다듬으며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고 살수 있다면 얼마나 예쁜 삶일까. “건강에 조심하자구요.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 예쁜 일 좀 하구요”라며 헤어지고 돌아서는 나와 그녀의 눈에는 웃음과 함께 이슬이 맺혀 있었다.
박용하/웨스트 L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