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편 직장을 따라 20여 년 전에 미국남부도시 뉴올리언즈로 이사왔다. 그전 살던 오리건주의 한적한 교육도시에 비해 큰 도시라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 처음에는 신나게 지냈다. 이곳은 인구100만의 흑인과 백인이 절반씩 섞여 사는 곳이다.
미국의 어느 큰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청은 흑인들이 완전 장악하고 백인들은 교외로 흩어져 산다. 그 속에서 한인들은 주로 소규모 장사를 하며 조용히 산다. 한인 수는 다른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한 3~400세대가 산다 한다. 식당이 두개고 식품점이 두 개 있으니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옛날에는 미국남부의 교역의 중심지이고 목화가 주산물이었으나 지금은 관광이 주 수입원이라 한다. 수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는 미국 내에도 몇 개 없다 한다. 그래서 1년 내내 크고 작은 컨벤션이 항상 있어 거리에는 늘 관광객이 득실거린다. 도시의 건물들은 프랑스 풍을 딴 것이 많고 도심의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는 주민들은 교육이나 문화의 질 향상보다는 주로 잘 먹고 파티를 즐기며 산다. 연초에 열리는 ‘마디 그라’는 빼놓을 수 없는 큰 행사다.
이곳에서 한20년을 살다보니 이젠 신기한 것도 없고 더 볼 것도 없어졌다. 남쪽에 동떨어져 있으니 쉽게 자동차로 여행할 곳도 없다. 인근도시 애틀랜타나 휴스턴 같은 데는 교민들이 많아 좋은 식당도 많고 조영남 순회 공연 같은 것도 많다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혜택을 볼 수 없다. 이젠 나이가 드니 한국적인 것이 그리워진다. 아이들도 다 커서 나가고 또 우리도 은퇴를 한마당에 이곳에 꼭 더 이상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은퇴 후 어디 살기 좋은 곳이 없는가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언젠가 큰아들이 사는 버밍햄에 들러 교포 한 분을 만나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더니 그분 대답이 “1년 내내 열심히 일하고 연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뉴올리언즈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거기다 그는 “뉴올리언즈는 구경할 것도 많고 아주 재미나는 도시”라고 한다. 뉴올리언즈가 어디냐.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다.
또 한번은 애틀랜타에 들러 한 교포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그분 왈 “자기는 1주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친구들과 미시시피해변으로 낚시를 간다 한다. 편도에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 한다. 그곳은 내가 사는 데서는 한시간이면 간다. 북쪽에서는 영하의 추위로 길이 얼어붙어 대형교통사고가 빈번하다고 얼마 전 TV로 보았다.
통계에는 은퇴한 노인들이 세금이 싸고 기후가 온화한 남쪽으로 이주하는 추세라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곳에 살면서 어디 더 좋은 곳은 없는가하고 찾아다니는 우리가 우습다. 미국속담에 “옆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던가.
김성자/뉴올리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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