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또 겨울은 겨울대로 록키 산의 정취는 장엄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10월부터 쌓이기 시작한 눈은 겨울을 지나 초여름까지 온산을 덮고 있더니 6월 초부터 녹기 시작하여 지금은 완전히 초록색으로 변했다. 아직도 북향 산들은 마치 만년설을 자랑하듯 멀리서도 흰빛을 뽐내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이제 완전히 여름철로 접어들어 울창한 나무 잎에 쌓여있고 온갖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눈 녹은 물로 터질 듯이 내려가는 물소리에 귀가 먹어 옆 사람의 말소리를 못 알아들을 것 같다.
지난 가을 온산들이 상록수의 초록색과 단풍잎의 노랑 색으로 덮여 거대한 자연을 두 가지 색깔로 감추어 버리고 서쪽하늘 저위로 뻗어 오르던 산은 같은 산이지만 전혀 다른 곳 같이 보인다.
이곳 유타 지역에는 레이놀즈 레이몬드, 팀파노고스, 킹스 피크 등 1만 2천 피트를 넘는 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일주일에 산 하나씩 정복하고 또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산이나 알래스카의 맥킨리 산에 갔다 오면 올해 여름철은 다 지나고 만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로키산맥은 신비하고 장엄하고도 아름답다. 오를 때의 고달픔은 이내 잊혀진다. 저 멀리 만년설의 흰빛이 눈부시게 비쳐오고 화려한 녹색의 수림과 푸른 호수도 보인다. 등산 할 때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말이 생각나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잠시나마 피로가 풀린다. “산과 권력은 오를 때 보다 내릴 때가 더 위험하고 고되다”는 말이다.
인적이 드문 이곳 록키산맥에서 혼자 등산 할 때는 갑작스레 동물과 만나 놀랄 때가 자주 있다. 사슴들은 서너마리가 한꺼번에 놀라 도망을 가지만 곰이나 마운틴 라이언을 만나면 겁내지 말고 침착하게 천천히 뒷걸음을 쳐야 한다. 갑작스런 도망이나 움직임은 동물을 자극하여 공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해발 7,000 피트 아래의 지역에서는 뱀의 공격도 조심해야 한다. 해마다 뱀에 물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생긴다. 아무리 험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스라도 해지기 2시간 전에는 내려와야 한다 만약의 경우 길을 잃고 어두워지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등산은 아침 일찍 떠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다.
등산과 비행기 조종은 떠나기 전 계획을 철저히 해야하고 높은 고도로 오른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떠나기 전 기상예보를 반드시 듣고 산 속에서 비나 번개를 맞는 일이 없어야 한다. 비행기 조종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기상조건이다. 기상이 청명한 날 정상에서 보는 하늘은 푸르고 아름답기 그지없어 마치 비행을 하고 있다고 착각 할 때가 자주 있다.
이곳 정상의 고도가 대부분 1만 2,000피트 정도이니 비행기 조종에서 산소 공급 없이 오를 수 있는 최고 고도와 같다. FAA 규정상 더 이상 오르지는 못하게 하나 등산에서는 그런 규칙이 없다.
한 겨울 내내 스키 타던 길을 따라 올랐다 내려오는 2시간 정도의 산행도 참으로 재미있고 어쩌면 산이 이렇게 달라 보이는지 신비스럽기도 하다.
거의 하루종일 걸리는 산행을 하면서 날아가는 비행기도 쳐다보고 푸른 하늘에다 마음껏 소리도 질러보고 또 생각도 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립다. 생텍쥐페리가 고독한 밤 비행을 하면서 파리에 두고 온 애인을 그리던 것같이. 아- 하늘아. 푸른 하늘아-.
정석화/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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