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보니 아무리 결심해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 대비책의 하나로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요가의 동작과 호흡법, 명상법 등이 미국인들 속에 자리잡은 지 오래 되었고 유명 국립공원이나 숲 속의 간이 선물용품점에서는 자연의 소리를 모은 테이프나 요가 및 명상 음악을 담은 CD를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람 소리, 눈 내리는 소리, 파도 소리 및 강물이 흐르는 소리 등을 담은 테이프는 발달한 문화, 넘치는 물질 문명 속에 정신적 풍요로움과 내면의 평화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이와 더불어 스트레스 해소 뿐 아니라 미용·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발 마사지와 향기요법이 각광받고 있다. 구박받던 ‘발’이 전신 건강에 좋고 피로 회복에 좋다고 때아닌 호사를 하고있다. 지나친 향은 피부 질환이나 향 앨러지를 가져오지만 잘 쓰면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잠이 잘 온다거나 우울할 때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오는 9월에는 맨해튼 센트럴팍에서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초청강연이 있을 예정이라 한다. 수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의 강연을 들으러 파란 눈에 금발 머리, 흑발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다양한 인종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1951년 중국이 무력으로 티벳을 점령하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 정부를 수립하고 수 십 년을 세계 각 국을 떠돌며 조국의 입장을 호소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 한국에서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시절에도 중국과의 관계를 염려한 정부가 역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를 문전박대 했었다.
달라이 라마 강연은 인간의식 세계를 탐구하는 심오하고 난해한 얘기보다는 “시간을 잘 쓰라”, “삶의 목적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자비심을 가져라”,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라” 등등 너무 쉽고 간단한 말들이다. 명언 같지 않은 이런 말들이 더 귀에 잘 들어온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들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말들.
달라이 라마의 저서를 다수 번역·소개한 류시화의 ‘명상일기’ 중 정말 쉬운 이야기하나를 하고자 한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가 1982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그는 그곳에서 나이 많은 파워 린포체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파워 린포체 역시 중국이 티벳을 침략했을 때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처지로 두 사람은 티벳 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때, 파워 린포체가 식당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개미는 미끄러운 마룻바닥 위를 힘겹게 기어가고 있었다. 파워 린포체는 너무 늙어서 이미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달라이 라마에게 자기 대신 그 작은 생명체를 도와 줄 것을 부탁했다. 노승의 부탁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조심스럽게 개미를 집어들어 축복의 말을 속삭인 다음 햇볕이 드는 뜰에 안전하게 옮겨다 주었다. 그리고는 식탁으로 돌아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씀대로 했습니다, 린포체님. 당신의 눈은 이미 노안이 되었지만 마음의 눈은 제 눈보다 훨씬 밝군요. 사람들은 명상과 자비심에 대해 말하지만, 살아 있는 작은 생명체를 눈여겨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정신이지요.”
센트럴팍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민병임 뉴욕지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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