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만들어낸 빛깔과 곡선이라 해도 좋다”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을 초등학교 시절 처음 듣고 그런 문화유산을 가진 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지만 동시에 왜 그런 훌륭한 자기 제조법이 전승되지 않고 끊어져 버렸을 까 오래 안타까워한 기억이 있다.
그때 느꼈던 상실감과 달리 나눔의 미덕이나 유익함을 경험한 적도 수없이 많다. 몇 주전 시카고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내용은 인터넷 뱅킹 시대의 도래에 따라 은행지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6대 은행은 앞으로 3년 간 2,000개 이상의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앞으로 은행은 전통 은행 업무 외에 보험, 투자업무를 겸업하는 파이낸셜 센터와 기타 중소형 지점으로 구분될 것이라는 등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심포지엄이 특히 유익했던 이유는 그런 정보들이 추상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굴지 은행의 간부들이 직접 나와서 은행의 비밀이라고 볼 수 있는 전략 및 성공 실패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지점 영업의 현주소, 전망, 그리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미래 은행 지점의 구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이 심포지엄을 마친 후 두 개의 상반되는 사례가 생각났다. 하나는 한국 유명 은행의 책임자가 한탄한 그 은행 직원들의 폐쇄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약 4년 전 오리건주에 위치한 한 은행을 방문했을 때 그 직원들이 보여준 개방성이었다.
필자와 함께 시티뱅크에 오래 근무했던 그 사람은 몇 년 전 한국 은행에 임원으로 취임한 후 시티뱅크에서 시행하던 대로 마케팅 대상 기업을 방문한 직원들은 방문 기록을 작성해서 그 회사 파일에 첨부, 그 회사에 관한 정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도록 하는 ‘콜 메모’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 그 제도가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국 은행 경영문화의 폐쇄성을 한탄했다.
오리건 주의 그 은행은 당시 자산이 약 5억 달러 정도인 소형은행이었는데 체이스 맨해튼 출신의 행장이 부임한 후 혁신적인 영업전략을 펼쳐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전화약속을 한 후 그 은행을 방문하니 일면식도 없는 부행장이 나와 은행 로고가 찍힌 티셔츠, 머그 잔 등 물품을 파는 부스, 우표 판매대, 미니 커피샵 등이 갖추어져 있는 지점들을 돌며 친절히 안내해주고 그 은행의 현황 및 영업전략을 설명해줬다. 이 은행은 2001년 총 자산 14억 달러를 돌파하고 2002년 다른 은행과 합병한 후 지금은 총 자산 26억 달러, 순이익 2,200만 달러를 내는 오리건주 최대 커뮤니티 뱅크가 되어 있다.
물론 과유불급이라 기업경영에 있어서 개방만 꼭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업종이나 시장의 특성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개방의 정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25년 이상 은행에 종사해온 필자의 판단으로는 뱅킹 분야에서는 적절한 정보교환을 통한 열린 경영이 성공적인 은행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의 한정된 시장을 넘어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류사회의 여러 은행들과 어려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인 은행들은 내부 정보를 직원 서로가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들 상호간에도 성공과 실패의 경험, 전략 등을 나누어 가지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번영의 길로 나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홍식/중앙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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