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50년 전 플라스틱을 놓고 고민한 다우나 듀퐁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렌지카운티 레이크포리스트의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본사에서 만난 제임스 강 회장은 미래 리퀴드메탈의 쓰임에 대해 겸손한 물음표를 찍었다. 신소재를 지속적으로 상품화해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장은 자신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열린 실험무대이기 때문이다.
리퀴드 메탈이란 합금을 하되 비정질 원자구조로 변형시켜 티타늄보다 강도는 2~3배 높고, 탄력도 역시 2배나 높게 생산된 신소재다. 개념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용처가 불분명한 재료였던게 사실.
소재는 개발됐으나 상품화의 길을 찾지 못했던 리퀴드메탈은 1994년 제임스 강, 존 강(41) 형제가 리퀴드메탈테크놀로지스의 전신인 ATI를 인수하면서 ‘상품화’의 생명수를 얻었다.
티타늄보다 단단하다는 것만을 소재의 특징으로 파악하고 있던 강회장은 “리퀴드메탈이 생산과정에서는 철보다는 플라스틱의 성격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철의 강도와 플라스틱의 생산비용을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에 리퀴드메탈의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됐다.
리퀴드메탈은 1998년 골프채로 처음 현실화됐다. 제품이 있어야 공장을 세우고, 공장이 있어야 제품이 나오는 ‘닭이냐, 달걀이냐’의 해묵은 논란이 신소재의 상품화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신소재의 상품화에 보통 20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수 후 4년만의 상품화는 빠른 행보였다. 강회장이 골프채를 리퀴드메탈의 첫 탄생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당시만 해도 높았던 단가를 감당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기 때문. 탄성이 좋다는 것을 내세우기에도 적합한 제품이었다.
이후 한때 고전하던 리퀴드메탈은 200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우주선 프로젝트와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무기체계 개발을 시작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2002년 5월 한인 신소재 업체로는 최초로 나스닥에 시가총액 7억달러 규모로 상장하고, 10월에는 한국 평택에 공장을 지으면서 자금확보와 아울러 상품화를 위한 파일럿 플랜트를 확보하게 됐다.
공장준공과 함께 강회장은 미국에서 받지 못한 환대를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받았다. 외국인직접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동포기업인이 2,500만달러 규모의 공장과 설비를 세웠다는 것과 해외 한인 경제인들의 네트웍인 한상(韓商)을 통해 이뤄진 모델 기업 1호라는 점도 관심을 끌만한 것이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에게 목마른 첨단 신소재의 생산기지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후한점수를 준 이유였다.
강회장은 “연구, 생산, 마케팅을 국제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을 찾아 옮긴 결과”라고 공장이전을 설명했지만 한국인으로서 본국을 찾아가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것과 같았다. 물론 토지이용 등과 관련해 한국정부와 경기도 측으로부터 파격적인 조건도 제공받았다.
이 시점에 들어서는 본격적인 마케팅과 상품화의 결과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케이스 소재 공급을 시작으로 존슨앤존슨, 클리블랜드 골프, 루이비통 그룹, 아키아골프, 태그호이어, 소니 등과 금속부분을 대체할 소재 공급이나 공동 제품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제품개발 제휴를 하기도 했다.
2002년 매출규모는 1,400만달러. 현 계약상황을 볼 때 내년에는 최소 2배이상의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나스닥 상장후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기술의 현실화 속도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강회장은 “지금까지는 사용자가 신소재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각 분야에 채택되는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품화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은 전세계 40여곳에서 운영되는 연구소 덕분이다. 한 곳에 인력과 설비를 모아 연구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 강회장은 강점이 있는 연구소에 해당 프로젝트를 맡기는 방식으로 느슨하지만 강력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공대의 윌리엄 존슨교수를 비롯해 캠브리지, MIT, 스탠포드에 포진한 재료공학의 저명한 교수들이 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생인 존 강 사장은 ‘메디컬 매니저’라는 의료정보 벤처기업을 키워내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는 경영전문인으로 강회장이 기술개발과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마케팅과 세일즈 등 실질적인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강회장은 “점차 사용분야가 늘어날수록 결국 생산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플라스틱 제품을 한 회사가 독점생산하지 않듯이 인지도 높은 업체가 대량생산은 맡되, 핵심기술부문은 리퀴드메탈이 소유한 21세기형 비즈니스 모델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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