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기능 쇠퇴불구실력과신 대형사고
손자·손자 픽업등 가사에 큰 도움
이상 감지땐 깨끗이 운전대 놓아야
16일 샌타모니카 파머스 마켓에서 80대 할아버지가 일으킨 대형 차량사고 참사로 인해 일부 노인들의 불안전한 운전행태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 운전을 하는 많은 한인노인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노인들의 운전면허 취득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등 노인사회 전체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인운전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력과 집중력, 운동신경, 반사신경 등이 쇠약해져 운전에 영향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대대수 노인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인노인 운전자들의 경우 ▲길게는 몇년간 운전을 안하다 갑자기 핸들을 잡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생전 운전을 안하다 이민와서 처음 운전을 배우기도 하며 ▲어린 손자나 손녀를 태우고 자동차를 몰기도 해 운전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비자운전학교 조성운 대표는 “노인운전자들이 젊은층보다 티켓을 받는 빈도는 낮지만 여러 육체적인 제약으로 인해 운전시 위험이 따른다"며 “나이를 먹을수록 대형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이 LA경찰국 대변인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인지하고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며 “본인 스스로가 더 이상 안전한 운전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깨끗이 운전을 포기할 것"을 조언했다.
파머스마켓 참사 사망자 10명으로 늘어나
사고노인 과실치사 조사샌타모니카 파머스 마켓 대형참사로 중상을 입고 UCLA메디칼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생후 7개월된 남아가 17일 오후 1시30분께 숨져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현재 인근 병원에 분산 수용돼 치료중인 부상자는 중태 15명을 포함, 45명으로 집계됐다.
사고원인 규명에 나선 샌타모니카 경찰은 17일 새벽 사고를 낸 운전자 러셀 웰러(86)의 집을 수색, 웰러가 거라지에서 과거 두차례 충돌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색결과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임스 버츠 경찰국장은 “17일 오후 현재 웰러의 혐의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제한 뒤 “고의성 또는 비고의성 과실치사 여부는 물론 운전자격 등에 관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귀가 조치된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는 웰러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발적이고 불행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상자 및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KABC-TV(채널 7)은 사고 운전자 러셀 웰러가 지난 91년 1월3일에도 사고 자동차를 운전하다 몬테시토 지역의 한 가정집을 덮쳤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웰러는 또 젊은 시절 영화의 스턴트 드라이버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성락 기자>
차량질주 사고 샌타모니카 현장‘넋 위로’조화 수북 헌혈 긴 행렬
일반인 통행금지 해제 악몽의 현장 말끔 정리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샌타모니카 애리조나 애비뉴 파머스 마켓 지역은 사고발생 하루가 지난 17일 정오 현장 주변에 대한 일반인 및 차량통행 통제가 해제되면서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희생자들의 신발과 가방, 찢어진 텐트, 부서진 노점상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현장은 거의 대부분 말끔하게 청소돼 전날 벌어진 악몽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고 현장 곳곳에 경찰이 수사를 위해 사망자들의 위치를 표시한 스프레이 흔적들만이 당시의 처참했던 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과 업소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장을 걸어 다니며 주변을 살펴보던 한 주민은 “노인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면서 “마치 프리웨이를 달리는 차량 같았다”고 말하며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평소 관광객들과 샤핑객들로 북적되던 샌타모니카 다운타운 심장부인 3가 프로메네드 거리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고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주민들이 갖다 놓은 조화와 초, 기도문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상인은 “이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며 “오늘 아침 대부분의 업주들이 평소보다 일찍 나와 주변을 청소하는 등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적십자사가 샌타모니카 블러버드와 3가 코너에 마련한 임시 헌혈소에는 인근지역 직장인, 관광객 등 2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는 등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온정의 발길이 이어졌다.
적십자사 헌혈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샌타모니카 고교 11학년 제임스 윤(17)군은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번호표까지 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늘 오전에 발급한 번호표만 290장 정도 된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관계자들은 “특히 O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이같은 혈액형을 많이 갖고 있는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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