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리그 17개, 청소년리그 8개로 주민 10명중 1명은 선수
인구중 라틴계 71%, 20세 미만이 38%, 시 정부 전폭 지원
웨이터와 버스보이가 겨루고, 장차 프로선수가 될 꿈에 부푼 10대들이 배 나오고 동작도 둔해진 중년들과 겨루는 등 축구가 샌타애나를 휘어잡고 있다. 과거 야구와 풋볼에 열광하던 도시가 멕시코에서 새로 이민 와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가면서 미국 성인 축구의 중심지로 변모한 것이다. 총 인구 35만명인 샌타애나 주민 10명중 1명 꼴로 축구팀에 속해있으니 거의 광신도적 열정이라 할 수 있는데 시 정부 역시 그 정열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봉사하고 있어 화제다.
20년전만 해도 샌타애나에는 2개의 축구 리그에 약 3,000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었는데 오늘날 성인 리그만 17개로 2만5,000명이 속해 있고, 8개의 청소년 리그에 1만명 가량이 등록되어 있다. 팀이 1200개나 되니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밤시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식당 종업원들은 주중 오전 시간대에 리그를 결성하고 학생들은 저녁이나 주말에, ‘투 잡’을 뛰는 이들은 시간 나는대로 축구화를 신는다. 이 도시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틴계는 축구장에서 온종일 뛰고, 보고, 먹고, 수다떨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축구에 관한 한 샌타애나에는 오프시즌이란 것이 없다. 공원이건 학교 운동장이건 공터건 공만 있으면 게임이 시작된다. 그중 가장 최고 조직인 샌타애나 축구협회는 세미 프로 리그로 과거 중미나 멕시코에서 프로나 대학, 고교 스타 출신들이 집결해 있다. 중급, 하급 리그에는 스타들이 드물지만 게임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센테니얼 팍은 축제장이 된다. 해가 뜨자 마자부터 자정까지 여러 팀과 구경꾼들, 먹을 것을 파는 행상들로 만원이고 요리하는 냄새와 DJ들이 틀어대는 음악 소리에 구경꾼들의 고함과 탄성이 울려 퍼진다.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운동하자는 교외지역 청소년 축구 리그의 모토는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엘리트 선수들은 게임당 30~80달러를 받고 뛰고, 구경꾼들도 가족이나 친구를 응원하려면 4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축구 리그 자체가 영업 활동이다. 따라서 싸움도 많고, 더티 플레이도 많고, 규율도 엉망이지만, 스타 플레이어들은 서너댓번 게임에 나가면 일주일에 300~400달러는 쉽게 손에 쥔다. 그리고 이 모든 게임들은 이 시의 4개 스페인어 주간지들에 의해 철저히, 분석 보도된다.
이렇게 쉬지 않고 축구들을 해대니 시내 공원 축구장의 잔디가 남아날 리가 없다. 1월에 잔디를 심어 놓으면 2월이면 다 거덜이 나버려 경기는 먼지 속에서 진행되기 일쑤고 23개 축구장중 몇 개는 흙과 잔돌들 사이로 군데군데 잔디가 삐죽 나와있는 형국이라 경기중 넘어지면 부상하기 딱 알맞다.
이 정도로 난리를 쳐대니 기존 주민들로부터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불평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이때 개입한 시 정부는 축구 리그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주무부서인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국장은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비용 지불, 축구장 관리, 리그대표간 불화 조정등 축구 관련로 업무로 보내지만 그것이야말로 청소년 인구가 많고, 라틴계가 많은 이 도시로서는 현명한 투자라고 믿고 있다. 20세미만 인구가 38%고 중간연령이 26.5세에 불과한 샌타애나는 미국내 대도시중 가장 젊은 도시이자 라틴계가 전체의 71%를 차지하는 라틴 아메리칸 커뮤니티라 호세 솔로리오 시의원 같은 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축구는 범죄 예방 수단”이라고 말할 정도다. 시는 센테니얼 팍에 100만달러를 들여 사철 경기를 할 수 있는 청소년 축구장을 신축하는 외에 공원내 3개 구장에도 사철 푸른 잔디를 입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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