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방문을 열자 컴퓨터화면이 후다닥 바뀌는 것이 혀를 차게 한다. 아무리 컴퓨터가 생활 필수품이라 하지만 하루종일 끼고 사니 매일 애들과 전쟁이다. 어쩌다 애들 화면에서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이 한꺼번에 채팅하자고 덤비는지 모른다.
인터넷 사용검시 프로그램을 깔았더니 큰아이가 해킹해 작동 중지시켜 버렸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말란다. 또 다시 설치했더니 내가 컴퓨터 자체에 들어갈 수 없게 여러 단계로 비밀번호를 설치해버렸다.
대신 큰 아이한테 허심탄회 부탁을 했다. “너의 9학년 짜리 동생이 아직도 중학교에 다니는 줄 착각을 하는지 게임중독에 빠졌으니 도와다오.” 큰아이가 비법을 전해 주었다. 물론 자기자신은 나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첫째, 숙제를 먼저 한 후에야 놀 수 있다는 원칙을 항상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게임원판 CD들을 한곳에 모아 잠가두고,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쓸데없는 게임을 삭제하며 집안에 널려있는 표시 안된 복사판을 찾아 소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으면 동생을 잘 인도하겠다고 했다.
낮에 시간을 전부 허비한 후 늦은 밤까지 남아 숙제에 매달리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당연하고 잠이 부족해 항상 졸려 하니 나의 잔소리가 어찌 줄어들 수 있으랴.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뭐든 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지만 동시다발로 애들과 수다 떨며(채팅) 어떻게 정신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 작은아이가 “엄마가 자랄 때는 비둘기 다리에 몇 자 적어 날려보내는 것이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겠지만 우리는 채팅을 해!! 전화도 구시대의 유물이고 즉 역마차를 탔던 엄마세대와 자동차를 타는 우리들의 세대차이야!!” 하는 말에 깔깔 웃은 적이 있다. “너희 손주들은 아마 이럴 테지. 할아버지 때에는 손가락으로 무얼 누르면서 게임을 했다구요? 우리는 가상의 세계를 날아다니며 하는데... 정말 구시대야!”하고 약을 올리자 큰아이가 결론을 내려주었다. “어느 시대가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시대를 살고 있을 뿐이다.”
방학을 맞아 특히 청소년 남자아이를 둔 엄마들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애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마약중독 같아서 자기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청소년 애들은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 감독, 격려로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고양이 앞에 생선처럼 집에 작업용까지 합쳐 무려 네 대가 넘은 컴퓨터에 케이블 모뎀까지 갖추어 연결되어 있으니 프로그래밍에서부터 여러 다른 종류의 시스템까지 자유자제로 다루는 애들 때문에 항상 머리를 굴리며 고민을 해왔다.
어떻게 하면 두 아이를 모니터에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 낸 결론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뿐이라는 것. 간단하고도 어려운 진리 아닐까?
애니 민/다이아몬드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