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플레이(role play)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어서 학교의 교사들이 흔히 활용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즉 학생들이 제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서 연출하는 간단한 역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족의 한 사람이 되어 그들이 하는 일을 실제로 행동하면서 각자가 맡은 일에 대한 체험과 느낌을 말할 수도 있다. 또는 역사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당시의 상황을 연출하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비판력을 기를 수도 있다.
지난 18일 뉴욕에서는 역사적인 롤 플레이가 있어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이 날의 주제는 1882년에 한국과 미국 양국이 맺은 ‘조-미 수호통상조약’ 체결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역사책에 따르면 그 이듬해 4월7일에 초대 미국 전권공사 푸트가 인천에 도착하여 13일 조약에 비준하였다. 그 후 6월에 조선 정부에서도 민영익, 서광범 등을 미국에 파견하게 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이들은 국제간에 답례로 외국을 방문하는 보빙 사절로 뉴욕에 와서 당시의 대통령인 체스터 아더를 예방한 것이다.
바로 이 장면을 역사적인 날, 역사적인 장소에서 양국의 등장인물로 분장한 사람들이 모여 재연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국무요원 3명, 시종무관 2명이 손님을 맞는 태세를 갖췄다. 이윽고 한국 측 보빙사절 5명과 통역 1명이 그들과 마주 선다. 자리가 정해지자 보빙 사절단 전원은 한국식으로 엎드려 큰절을 한다. 이어서 통역이 각자를 소개하고 민영익이 고종황제의 인사장을 낭독한 후 거기에 대한 미국 측의 답례가 이어진다.
여기에 출연한 전원과 관객들은 잠시 그 당시의 역사를 되새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 조약이 구-미간에 맺은 첫 번째라는 점과, 고종황제의 인사장 첫머리에 있는 조선과 미국 양국의 국민들이 평화와 행복 속에 영원히 살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한 구절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얼마나 멋있고 신선한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연출된 행사인가. 120년 전의 일이지만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만 유감이었던 것은 역사적인 장소, 시간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라도 필요할 때 다시 재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학 발달의 혜택을 받는 것 중의 하나는 녹음기와 비디오 테입으로 목소리와 영상을 적당한 때와 장소에서 재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가능하면 롤 플레이로 어떤 장면을 되살린다면 더욱 효과적인 역사 인식이 된다.
이 아이디어가 당시 장면을 상세하게 보도한 뉴욕헤럴드 1883년 9월19일자 신문기사였다고 들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형식을 갖춘 외교관계 속에서 많은 인사와 덕담들이 오고 갔으며, 잘 갖추어진 형식 이면에는 진정한 우정의 감정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기사에는 미국 측에 비친 보빙 사절단의 인상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의 관복을 차려입고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의를 존중하는 한민족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학생들에게 이 장면을 보이든지, 그들이 재연하게 하여서 느낌이 어떤지 묻고 싶다. 어떤 역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과의 토론이 한국 역사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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