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몇 번의 경험이 쌓이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잘못하면 부상을 입고 최악의 경우 마라톤을 중단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나는 보스턴 마라톤의 참가자격을 얻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롱비치 마라톤(10월12일)을 준비하여 왔다. LA마라톤 기록(3시간51분)보다 17분을 단축해야 하는 힘든 목표이긴 하지만 우주의 법인 인과응보와 전화위복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설령 이번에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정신이야말로 마라톤이 주는 귀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인생살이에서도 마라톤과 같이 긴 시간을 계획할 수 있다면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을 이루는 밑거름이 된다.
나는 마라톤을 하면서 나의 인생의 길이를 길게 잡는 것을 배웠다. 매일 새벽 그리피스 팍 산 속을 달리면서 깊은 명상에 빠지기도 하고 별과 달을 보고 떠오르는 새벽하늘의 태양을 맞으며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산토끼와 다람쥐의 뛰노는 모습도 보고 사슴과 코요테 같은 야생짐승들을 만날 때는 무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 무서운 것은 사나운 야생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고 미워하는 존재는 사람이며 어쩌면 먼 사람보다는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한때 다정했던 나의 배우자, 친구, 이웃들이 서로 원수가 되어 죽을 때까지 미워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갖기 위해 나는 새벽달리기에 흠뻑 빠져 있다.
그 달리는 시간 속에서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돌아보고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보고 슬픈 마음을 달래보며 하얀 새벽을 맞으며 나는 산길을 달려 내려온다.
그런 날들을 모아 보스턴 마라톤에 갈 날을 만들려는 나의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몰라도 나는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결과보다는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을 더 좋아한다.
마라톤을 여러 번 완주하고 빨리 달린 기록보다는 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진정 마라톤을 아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마라톤은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으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 모두는 완주메달을 받는다.
빨리 뛰었건 늦게 뛰었건 모든 완주자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기에 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 또한 같다.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눈물 없이 모든 경기자에게 승리의 메달을 걸게 하는 스포츠가 있는가. 오직 마라톤에서만이 모든 참가자가 승리자가 되며 첫째와 꼴찌가 같이 기뻐하는 환희의 순간들을 맛본다.
조진섭<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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