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시사철 풍성한 햇빛, 다인종, 진취성, 화려함, 부강, 혼탁, 다양성, 자유분방 등이다. 이 특징들이 지난주 주지사 소환선거에서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1921년 이후 한번도 없었던 주지사 소환이 어떻게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났으며, 라틴계 여성 노동조합 표가 어떻게 백인 아성인 공화당 후보쪽으로 몰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여도 포르노 배우를 포함, 135명이라는 후보가 난무하고, 법정에서는 선거일을 연기하라고 하였다가 번복하고, 그래도 질서정연하게 선거를 마치며, 패자는 승자에 패배를 공손히 인정하는 미덕, 이 모든 것이 미국을 알다가도 모를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이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주지사 소환선거는 이익집단이 휘두르는 의회 정당정치에 반항하여 1911년 하이럼 존슨 진보파 주지사의 선동으로 주민 발의권, 주민투표 표결권과 함께 소환권이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주어진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대중정치 참여권 신장에 앞장섰던 것이며 이때부터 캘리포니아에는 대중정치 전통이 깊은 뿌리를 내려왔다.
이번 소환선거는 테드 코스타라는 일개 시민이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 소환안을 작성하여 소환운동을 벌였으나 별 진전을 못 보던 것을 가주 출신 백만장자 공화당 연방하원의원 대럴 아이사가 돈을 대서 100만명 서명을 확보해 이루어진 것이다. 전력난, 적자 경제정책, 증세 등에 불만을 품은 순수 밑바닥 시민들이 시작한 것을 돈 있는 공화당이 하이재킹하여 자기네 운동으로 만든 셈이다.
캠페인 중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지사가 좀 더 박력 있게 어필되었더라도 민주당이 패배는 모면했었을 것이다. 그는 슈워제네거와 함께 했던 한 번의 토론에서 패기 없이 보인 것과 인디안 카지노 업체에서 선거기금을 받은 영향으로 약세에 몰리면서 히스패닉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인 노동조합 여성표마저 공화당의 슈워제네거에게로 몰리고 말았다. 이는 또 원래 당에 집착 안 하는 성향이 있는 캘리포니아 인들의 특성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반항적 성향으로 보면 슈워제네거가 정치에 전혀 무경험자라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어필하였다.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를 통한 케네디가의 후광이 이 정치 초년생을 더 믿을 만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한편 선거가 내년 3월로 연기되었더라면 데이비스 주지사에게 유리했을 것이 틀림없다. 슈워제네거의 성회롱 파문, 히틀러 존경 시비들이 시간이 더 있었으면 더 깊게 유권자들의 의식에 박히면서 슈워제네거에게 불리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서 이민 커뮤니티가 배울 것은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귀화시민인 슈워제네거와 그리스 출신의 미국 귀화시민 애리애나 허핑턴 등 두 후보가 액센트 있는 영어로 경제규모 세계 5위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당당히 출마하여 각광을 받은 것이다.
우리 한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참여는 2세, 3세에게만 미룰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는 변하고 있다. 우리도 이 변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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