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고 한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호주제 폐지 주장이 요란했다. 가정은 호주가 지키는 것이 아니고 사랑이 지킵니다 라는 광고문을 들었다. 호주제 폐지 지지 단체에서 낸 라디오 광고문이다.
말인 즉은 옳다.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입니다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미국 라이플 협회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이런 문안은 어떨까. 국가는 군비로 지키는 것이 아니고 애국심으로 지킵니다 군비 축소를 주장하는 가상단체의 광고문이라 치자. 이런 주장들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 후배에게 물어보았다. 왜 이제 족보도 없는 민족으로 만들려고 하나? 호주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고쳐서 현대판 호주제로 바꾸어야지 왜 없애야 하는가?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요사이 한국에서도 이혼율이 상당히 높은데, 이혼녀가 자녀의 양육권을 갖고 키우는 데 호주제가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가정법을 고쳐 가는데 건전한 가정을 중심을 해야지 왜 이혼 가정을 중심으로 법을 고친단 말인가? 그래 가지고야 나라가 잘 될 것인가?
친정 집 걱정하듯 내뱉은 반대의견에 후배는 대답한다. 요사이는 여성들이 하도 세서 그런 말은 먹혀 들어가지 않습니.
나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한다. 첫째이유는 족보나 호적은 한국의 문화의 결집으로 생긴 현상이요 제도이다. 즉 개인주의가 아닌 가족주의의 가치관으로 반만년동안 살아온 우리 문화의 일부이다. 물론 최근 젊은 층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이 하루 이틀에 변할 수는 없다.
영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들은 실권도 없는 왕를 폐지하지 않았다. 비록 상징적인 의미일지라도 조상들이 지켜온 전통을 쉽게 버리지 않는 민족 자존심 때문이다. 한동안 민족자존심을 내건 반미데모가 한창이었는데 사실은 반미 보다 조상들에게 받은 전통을 버리지 않는 것이 민족 자존심을 보존하는 길이다.
둘째 이유는, 문제가 있으면 고쳐가야지 없애 버린다는 발상에 반대한다. 정신병이 있으면 그 병을 고쳐야지 정신을 없애버리는 졸속은 돌팔이가 하는 짓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최소한의 단위가 개인인 경우는 호적도 호주도 필요가 없게 마련이지만, 사회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기능적 단위가 가정(가문)이었던 한국 문화에서는 호적과 호주를 간직하는 것이 바로 문화 친화적인 제도이다. 기왕에 있는 호적과 호주제를 없애지 말고, 보완해가면서 현대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가정을 지키는 데는 호주와, 시부모, 친정부모, 자식들, 친지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정과 사랑이 중요하다. 언젠가는 호주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상징이 중요하다. 인간은 정신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정균희/ 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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