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며칠 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학교에 들어갔다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는 한 30대 중반 한인 남성의 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학교에선 나흘간 수업을 받는데 첫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 쓰는 숙제가 있었다한다. 그는 저녁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두 장의 편지를 썼단다.
아니, 두 장을 쓰는데 왜 그리 많은 시간이 걸렸느냐고 묻자, 그는 눈물이 나와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다. 그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편견을 눈물로 씻어 버
렸고 또 자신의 아이 셋을 위해 매일 기도해 주며 자신이 변화 돼 진짜 남자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려 보면 참 남자란 힘이 세고 우락부락하고 터프한 남자가 아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사랑하며 자상하게 돌보아주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남자가 참 남자라고 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건 깨닫는 자는 복 있는 자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자는 더 복 있는 자인 것 같다. 이 젊은 아버지의 깨달음 중 참 남자와 참 아버지의 상이란 자상함과 부드러움과 책임 있게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에 있다함. 그래서 그가 더욱더 의젓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노자의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사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괜찮다. 그리고 노자는 깨닫는 자가 지혜롭고, 스스로 이겨내는 자가 강하며, 만족에 부함이 있음도 갈파했다.
<도덕경> 36장 ‘미명(微明)·은오(隱奧)’편에 보면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란 뜻을 가진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이란 말이 있다. 33장 ‘진기(盡己)·변덕(辯德)’편에 보면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불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란 말도 있다.
풀어보면 인간을 알면 지혜로운 자요, 스스로 알면 명철한 자다, 자신을 이기는 자 힘있고, 자신을 이기는 자 강하다, 만족하는 자 부자요, 열심히 행하는 자 뜻을 가지며, 이것을 잃지 않는 자 오래갈 것이고,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자 오래 사는 것이란 뜻이다.
아버지학교에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들어갔던 한 남자가 ‘진짜 남자’가 되어 돌아 온 그의 내용은 결코 그가 더 힘이 좋아져서 돌아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 그의 깨달은 내용이다.
작건 크건 간, 분쟁이 일어나 서로 다툴 때에 소리 높여 먼저 성내는 쪽이 진다. 조용조용히 얘기하는 사람이 이긴다. 부드러운 갈대는 폭풍우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는다. 다만, 쓸어졌다 일어설 뿐이다. 강한 것은 부러지지만 약한 것은 구부러질 뿐이다. 구부러진 것은 다시 펴면 된다. 그러나, 부러진 것은 다시 펼 수가 없다.
가정에서나 직장 혹은 단체나 조직체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는 많이 있다. 어떻게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만 될 수 있는가. 이런 상황에선 수양이 필요하다. 수양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을 이겨나가야 하며 자신을 타일러 타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타협이란 비굴하게 굴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중간 선을 택하여 서로 좋은 쪽으로 나아가란 뜻이다. ‘너 죽고 나 살기’, 혹은 ‘너 살고 나죽기’, 아니면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살자’의 ‘윈윈게임’(win/win game)으로 나가란 말이다.
흔히 이런 상황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혹은 뽕도 따고 님도 보는 정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자신의 못난 모습만 탓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자신을 싫어해,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자신을 미워하게 되면 그 미워함이 얼굴로 나타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본인 생각에는 그래도 남을 미워하고 주위 환경을 욕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합리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노자가 말한 대로 자신을 알아야 하는 지혜요, 자신을 이겨내는 힘이자, 자신에 만족할 수 있는 여유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진짜 남자는 부드러운 사람, 책임 있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남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