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옥/중앙대학교 객원교수
한국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자금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지역구 관리를 위해 한달에 몇 천만원을 가져야 하며, 그렇게 몇 년을 지역구 관리를 하여야 한다. 대선은 말할 것도 없이 몇 백억이 드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2락3당이라 하지 않는가. 20억이면 낙선이요, 30억이면 당선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비례대표제라는 것이 있다. 각계의 전문직 대표, 원로 대학교수, 지역구에 출마할 수 없는 유능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당의 의석 순위에 따라 의원직이 결정되는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이 비례대표 역시 당에 낸 헌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우선순위 순번이 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구에서도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은 공천 헌금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 아닌가.
지역구든 비례대표의 국회의원이든 다들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경유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부패사슬에 얽매이게 된다.
그러면 정치가 부패한 책임은 정치가에게만 있는가. 대선이든 국회의원 선거이든 선거 때는 선물과 향응과 현금을 받지 않으면 투표해 주지 않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할 때 학생들의 질문 교수님, 국회의원이 되려면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까?에 지연, 혈연, 학벌, 자금, 공로, 도덕성을 확보하여야 된다고 교과서적으로 말하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 지망생인 나의 친구는 말한다. 천만의 말씀. 정당 판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돈이 최고다. 그렇지 않으면 보스가 화장실에 갈 때 휴지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나는 한때 대학원에서 한국의 선거 결과를 분석한 적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3공화국 시절에 다른 당보다는 합리적인 공천을 하였다고 분석되었다. 각 선거구 지역구는 선거의 핵심이다. 여기서 지면 정권창출이 불가능하기에 심혈을 기울여 유능한 인재를 선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였다. 중앙정보부, 행정부, 정당에서 여론을 수렴하여 비밀리에 보고서를 중심으로 6명의 당무위원들로 공천 결정을 하였다.
우리의 민주공화국 수립도 반세기가 흘렀다. 이젠 구태의연한 작태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은 반성하고 국민도 변하여야 한다. 민주역사가 긴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선물 향응, 돈을 건네는 일이 절대로 없다. 이를 시도하려 하면 고발 당할 뿐 아니라 돈을 벌려고 정치한다고 하여 매장 당할 뿐이다.
미국에서 선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만 몇 십전짜리 봉투에 입후보자 사진과 기호를 부착하여 주는 것이 고작이다.
그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의 국민의 수준과 정비례하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