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목사·거리선교회 대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화려한 빌딩의 뒤안길에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곳이 있다. 스키드로우. 한국말로 하면 ‘부랑자의 거리’라고나 할까? 대부분 마약과 알콜 중독자들로 거리에서 잠을 자고 거리에서 밥을 먹고 거리에서 용변을 보며 지내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 거리선교회를 창립하였고 하루도 쉬지 않고 거리의 사람들과 예배를 드리며 음식을 나눠주었다. 매주 토요일에는 한인교회들이 나와 봉사에 참여하여 음식을 나누어주는데 공통된 것은 음식을 나눠주는 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한달이나 혹은 일년에 한번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봉사하는 우리 사역자들의 얼굴은 때로 고단함과 힘든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쁨이 없다면 매일 같이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변변치 않은 음식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니 감사하다. 가끔씩 오는 한인 홈리스 할머니가 새치기를 해서 줄을 서라고 했더니 내가 이까짓 것 하나 얻어먹으려고 사람 같지 않는 이 인간들 틈 속에 서서 기다려야 하느냐고 짜증을 내며 가버린다.
한국 사람 같으면 이까짓 것 하나에 커피 한잔 먹으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을텐데 군말 없이 예배가 끝나고 자기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홈리스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받아 가면서 땡큐를 연발하며 오히려 우리들을 축복해 주는 그들을 통해 날마다 기쁨을 느낀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커서 예수께서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고 했나 보다.
작년 이맘 때, 이불마트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거리의 사람들에게 담요를 나누어주었다. 1차에서 3차까지 1,000여장을 나누어주었지만 혹시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새벽 동이 뜨기 전에 거리에서 자는 홈리스들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담요를 덮어주면서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젖었다. 새벽녘에 방문을 열어보시고 차낸 이불을 덮어주시던 손길이 생각나서이다. 바닥에 박스조각 하나 깔고 아무 것도 덮지 않고 움츠리고 자는 홈리스에게 담요를 덮어주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느낀다.
구약성경에 함과 야벳 그리고 셈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아버지 노아가 술에 취해 하체를 드러내고 잘 때 함은 그것을 보고 형제들에게 아버지의 허물을 말했지만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지 않고 뒷걸음 쳐서 이불을 덮어드렸다. 그래서 셈과 야벳은 축복을 받았다. 아버지의 허물을 덮었던 것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고 성서는 말한다. 자신을 거리로 내몰아야 했던 그들에게 이유를 묻지 말고 담요 한 장을 덮어주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겨울이 왔다. 올해도 담요를 나눠주고 덮어주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나눠주는 기쁨, 덮어주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올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www.street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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