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땀흘려 일한 결실로 가을걷이를 하고, 이 모든 수확의 기쁨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감사의 시기이다. 눈을 감으면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황금 물결로 춤추는 고국의 정경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도란도란 정을 나누던 그 정겹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살고 있을까? 없었던 시절에는 아무 것도 재보지 않은 채로 그저 마구 정을 주고받으며 살았었는데 ....
요즘도 신문을 보면 서로의 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가끔 지면에 실려 가슴이 포근해진다. 이런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가득 메우면 얼마나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이 될까?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이렇게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사건들이 더 많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 살인과 자살, 약탈과 폭행 등등 모두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은 신의 영역이고 적대는 인간의 영역이라는 말이 진실로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나쁜 소식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리라.
인간에게 일어나는 나쁜 사건들 중 대부분이 화를 참지 못해서 생겨난다. 작게는 근래에 일어난 모 운동선수의 폭행사건이나 크게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분쟁이 모두 화(성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로 우리 안에서 생기는 것 중에 가장 나쁜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화는 남을 해치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해쳐서 파멸로 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거미는 자기 안에서 나오는 거미줄로 자기를 이롭게 하고, 젖소는 자기 몸에서 나는 우유로 남을 이롭게 한다. 이렇듯 자기 몸에서 나는 것으로 자기를 이롭게 하거나 남을 이롭게 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 몸에서 나는 것들이 해로운 것도 있다. 독사는 자기 몸에서 나는 독으로 남을 해롭게 하고, 쇠에 스는 녹은 자기 몸에서 나는 것으로 자신을 해친다. 이렇듯 자기 몸에서 나는 것들은 모두 그 기능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지만, 유독 사람의 몸에서 나는 화는 일방이 아니라 쌍방을 모두 해하기에 가장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뿐만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화는 진정으로 내지 말아야만 할 일이다.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것 중에는 사랑도 있고 정도 있다. 이것들도 일방이 아닌 쌍방으로 그 영향을 준다는 데에는 화와 똑같지만, 화와는 정반대로 사랑과 정은 남을 이롭게 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도 이롭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부쩍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사건이 많은 것 같이 보인다. 추수 감사의 시기를 맞아, 남에게 나누는 것이 화가 아니고 사랑이나 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그 사랑과 정들이 모두 모아져, 보다 나은 우리가 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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