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넝쿨째 굴러 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한 말인가.
대학풋볼의 수많은 보울게임 가운데 단연 최고의 역사와 전통으로 ‘보울게임의 선조’로 불리는 로즈보울이 뜻밖의 행운에 입이 함박 벌어졌다. 3년만에 다시 팩-10과 빅-10 컨퍼런스 챔피언이 함께 로즈보울을 찾게 됐을 뿐 아니라 팩-10 챔피언 USC(11승1패)는 양대 투표랭킹 1위라는 큼지막한 훈장까지 달고 있고 빅-10 챔피언 미시간(10승2패)도 전통의 풋볼 명문으로 전국랭킹 4위에 올라있어 그야말로 보울시즌 최고의 매치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BCS(보울챔피언십시리즈)에 의하면 올 시즌 내셔널 챔피언십게임은 BCS랭킹 1위 오클라호마(AP 3위)와 2위 LSU(AP랭킹 2위)가 맞붙는 슈거보울이다. 하지만 BCS랭킹은 단지 내셔널 타이틀전에 나갈 두 팀을 결정하는 데만 사용되고 보울게임이 끝난 후 최종랭킹은 없으며 실제로 내셔널 챔피언을 등극시키는 것은 AP와 ESPN/USA랭킹 등 양대 투표랭킹이다.
이 중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 AP랭킹은 BCS제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USC가 로즈보울에서 미시간을 꺾는다면 AP 내셔널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USC가 승리한다는 가정 하에 보면 슈거보울이 아니라 로즈보울이 실제 내셔널 챔피언십게임이 된 것. (반면 코치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ESPN/USA투데이 랭킹은 BCS 타이틀게임 승자를 내셔널 챔피언으로 인정한다고 BCS측과 계약을 맺고 있어 슈거보울 챔피언이 자동적으로 내셔널 챔피언이 된다.)
전통적으로 팩-10과 빅-10 컨퍼런스 챔피언이 격돌해 온 로즈보울은 지난 1998년 BCS(보울챔피언십시리즈)에 합류한 뒤 과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잃은 채 다른 3개의 메이저보울(슈거·피에스타·오렌지)과 차이가 없는 위치로 내려앉아 쓰린 가슴을 달래 왔다. 더구나 지난 2년간은 오랜 전통인 팩-10 vs. 빅-10 대결구도도 깨진 채 낯선 팀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해 이러다가 로즈보울이라는 독특한 이미지와 권위가 완전 퇴색되고 수많은 보울게임 중 하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느껴왔다. 그런데 올해 BCS 컴퓨터의 장난(?)으로 인해 완전히 빼앗긴 줄 알았던 전국랭킹 1위팀 USC가 갑자기 품안에 굴러 왔으니 로즈보울의 입이 벌어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한 USC 역시 1위로써 내셔널 타이틀전에 나가지 못한 것이 100% 억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 입에 거품을 물고 항의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전통과 권위에서 슈거보울보다 앞서는 로즈보울에 나가게 된 것은 오히려 더 좋은 면도 많아 그리 열 받은 표정이 아니다.
사실 이번 경우 슈거보울이 로즈보울보다 좋은 것은 ESPN/USA투데이 내셔널 챔피언에 오를 기회가 없다는 것 밖에 없는데 이미 양대랭킹 1위 자리를 쥐고 있는 USC로서는 로즈보울만 이기면 여론으로부터 반쪽이 아닌 진짜 챔피언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여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USC의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미시간을 어떻게 꺾느냐 하는 것 밖에 없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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