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감옥행… 일부는 敵으로
1년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만끽했던 측근들이 집권 10개월만에 뿔뿔이 흩어졌다. 오직 대선 승리 한 목표를 위해 뛰었던 측근 가운데 일부는 낙마했고, 일부는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갔으며, 일부는 동지에서 적으로 입장이 변해 노 대통령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침이 가장 심한 사람은 아무래도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칭했던 386최측근 ‘좌(左)희정’ 안희정씨. “가끔 대통령과 식사를 한다”고 위상을 과시하면서 충남 논산에서 출마하려했던 그는 지금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또 다른 386핵심측근 ‘우(右)광재’ 이광재씨는 집권초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청와대 386 참모진의 좌장 역할을 하면서 최대 실세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그는 동지적 관계였던 우리당 천정배 의원에 의해 ‘비선 정치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썬앤문 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사실 때문에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다.
노 대통령의 ‘집사’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대선 승리 후 SK에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노무현 캠프의 조직을 총괄했던 염동연씨도 나라종금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고,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룸살롱 향응 파문으로 옷을 벗었다.
자신을 “대통령과 막말하는 사이” “대통령 측근의 군기반장” 이라고 소개해 ‘사설 부통령’ 소리를 들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는 용인 땅 매각 등을 둘러싸고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조순형 정대철 의원은 지금은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조 의원은 민주당 대표가 돼 노 대통령을 향해 끊임없이 ‘쓴소리’를 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 대표를 지낸 뒤 열린우리당에 뒤늦게 합류한 정 의원은 당내에서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체포동의안까지 제출되는 시련을 겪고 있다.
노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로 추켜 세웠던 정동영 추미애 의원도 등을 돌렸다. 추 의원은 ‘민주당 지킴이’를 자임하더니 지난 달 지도부 경선에서 2위를 차지, 여성정치지도자로서 위상을 굳혔다. 정 의원은 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뒤 당권을 향해 뛰고 있다. 소장파 핵심 천정배 신기남 의원도 우리당에 참여, 정 의원과 견제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노무현 후보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던 김원기 상임의장은 이들 소장파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 후보의 공보특보였던 유종필씨는 민주당 대변인으로 변신, 확실한 노 대통령 저격수가 돼 옛 동지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때문에 그를 노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기명 전 후원회장과는 돌이키기 어려운 관계가 됐다. 선대위 홍보본부장을 지냈던 김경재 의원도 민주당에 남아 대선 당시 선거자금 모금 과정 등을 폭로하며 ‘반노(反盧) 인사’가 됐다.
이진동 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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