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신(오픈워크 대표)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면 역시 플러싱이 아닌가. ‘우리 읍내’ 플러싱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볼만한 연극, 대단한 연기를 했다.
지난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맨하탄의 ‘Poet’s Den’ 극장에서 공연된 ‘우리 읍내’는 Sudden Enlightenment Theater(대표 김은희)의 정기 공연으로 별 기대 없이 가서 보았지만, 한 마디로 ‘아! 놀랍다’로 시작해서 ‘아! 우리 아이들!’로 감동을 받은 공연이었다.
극단 대표이며 ‘우리 읍내’의 연출을 맡은 김은희씨는 일상이란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근간이며, 우리가 사는 하루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성찰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손튼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유명한 희곡 ‘우리 읍내’에 플러싱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우리 아이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글로버 클로즈는 뉴햄프셔에 있는 작은 마을. 깁스씨 집안과 웨브씨 집안을 중심으로, 공연은 우유배달부, 신문배달부, 그리고 교회 성가대에 참가하는 읍내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정겹고, 친근하지만 특별한 뉴스 없이 하루 하루를 맞는 지루한 마을이기도 하다.이 소박한 마을에도 여지없이 시간은 흐르는 법.
깁스씨의 장남 조지와 웨브씨의 딸 에밀리는 이웃사촌간에 싹튼 우정이 애정이 되어 결혼하게 되자 평소에도 화목했던 양가는 사돈이 되는 경사를 맞는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출산을 하던 에밀리는 죽음을 맞게 되고, 작가 솔튼 와일더는 작품의 메시지를 정갈하고 아름답게 반전한다.
느닷없이 죽음을 맞은 에밀리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애도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단 하루만이라도 다시 한 번 세상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를 간구하고 그녀의 애원은 신을 감동한다.
에밀리가 허락받는 하루가 연극의 클라이맥스-그녀가 산 20년의 생애 중 가장 무미건조한 날을 택해야 하는 조건이 바로 이 연극이 주는 위트와 매력이다.
12세 때 맞은 생일날을 택한 에밀리. 그 날은 아버지도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고, 에밀리의 생일은 그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자신의 생일날의 하루를 지켜보는 영혼의 에밀리는 무덤덤했던 그 하루가 자신의 생애에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깨닫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작별해야 하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은 베이사이드, 뉴타운, 프랜시스 루이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드라마틱한 연기 없이 일생을 연기해야 하는 ‘우리 읍내’의 희곡은 사실 섬세하고도 고도의 정신적인 교감이 요구되련만 연기의 경험이 없는 우리 아이들이 감동적인 연기를 해낸 것은, 플러싱에 새로운 이변이 아닐 수 없으며 연극을 보는 어른에게 새삼 반성의 기회를 준다.
우리 아이들이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어른들이 마련한 적이 몇 번인가 하는...연출가 김은희씨는 이 연극을 연습하는 동안 “나 자신과 아이들 모두 정말 치열하게 공연에 임했다”고 했다. 김은희씨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이 무대에서 입증된 셈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 연극을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읍내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눈이 따뜻한 애정으로 듬뿍 담겨지리라는 기대와 함께-.‘우리 읍내’의 연출가와 ‘배우’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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