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좋은 감정, 나쁜 감정도 느끼지 못합니다. 10년 전 자식을 잃고 나서 너무 많이 울고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린 것 같아요.”
“저는 다른 모든 사람들만을 위해서 심지어는 이용도 당하고, 분노도 슬픔도 생기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한번도 울거나 원망해 본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소화가 안되고 몸이 떨리고 가슴이 쓰라리고 이제는 정신집중까지 안돼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전혀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일 동안 피를 토했는데 위장출혈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어머니 밑에서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늘 참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남편이 전혀 제 억울함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지만 가슴 통증과 속 쓰림 때문에 너무 고통받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는 신체, 감정, 생각, 행동 교정을 말한다. 즉, 억압되거나, 헝클어진 감정을 찾아내어 느끼게 해주고 풀어주고 다시 교정해서 새로운 환경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동시에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해 주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감정 순화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눈물이다. 선거 때 천막을 치고, 경찰에 잡혀가며,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는 등 눈물에 호소하는 방식은 가장 많이 쓰여지는 수법이다. 한국인에게 눈물이란 가장 많이 쓰여지는 감정 순화의 방법이다. 특히 서구 사회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이런 슬픈 감정이란 반갑지 않은 것 우리가 멀리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감정을 순수하게 느끼고 나타내기보다는 피하거나 없애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남 앞에서 운다는 것을 서양 사회에서 그렇게 자연스럽지가 않다. 병원에서 우는 가족이 있으면 그들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다. 꼭 울어야 할 때는 바닷가나 호숫가에 가서 울거나, 샤워장이나 달리는 하이웨이에서, 공동묘지에 가거나 비디오를 보거나, 노래방에 가서 울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너무 큰 슬픔을 당하면 눈물도 안나옵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슬픔을 당해서 눈물 흘릴 수 없고, 슬퍼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이것이 곧 우울병으로 연결될 것이다.
어떤 아프리카의 종족은 온 마을 사람들이 한 달에 한번씩 모여서 지나간 모든 슬픈 일들을 생각하며 의무적으로 우는 모임을 한다고 한다. 요즘처럼 메마른 몹시 혼돈된 환경 속에서 이런 모임은 감정순화의 현명한 습관으로 보인다. 그리고 눈물의 여러 의미 중에 가장 심오한 역할을 하는 것이 통한의 눈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참회의 눈물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사과는 도리어 아무런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
세상은 단순해지고 더 행복해 지는 것 같지만 아직도 감정적인 차원에서 어쩌면 더 현대인들은 메마르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나 않은가?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눈물 없는 세상은 얼마나 메마를까?’ 전 사우스베이 테니스 회장 이영희씨가 늘 자주 부르는 노래 조항조의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지만, 말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요. 나 역시 그런 저런 슬픔을 간직한 채, 당신 앞에 멍하니 섰소,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내어 소리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