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로 올랐던 ‘Girl with Pearl Earring’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대표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소재로 한 소설을 영화화했다.
아버지의 실명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던, 그리엣은 베르메르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색감이나 빛 그리고 그림을 이해하는 능력을 소녀에게서 발견하게 되고,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된다. 무언가 어색한 그림을 바라보다가, 베르메르는 ‘진주 귀골리’를 착용하도록 하게 한다.
그 당시 유럽은 스페인의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프랑스가 패션의 선도자 역할을 하게 되고, 다양한 세공기술, 다이아몬드의 커팅과 연마 기술이 현저하게 발전되던 시기다. 아울러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등 보석들의 수입도 늘어나 화려한 보석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된다. 그 중 ‘진주’를 사용한 장신구 형태가 점점 늘어, 많은 진주를 사용한 보석 장식을 할수록 유행의 선두를 달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장신구라고 하면 진주라고 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 작가는 자신의 모델에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내의 보석함 속 ‘진주 귀고리’를 착용시켰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아름다움, 온순하고 포용적이지만 눈에 띄는, 그리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보면서 나는 ‘진주’를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과 장수, 그리고 부를 상징하는 6월의 탄생석인 ‘진주’는 과거나 현재를 통해 가장 사랑 받고 있는 보석 중의 하나이다. 마치 내가 읽어 낸 영화 속 소녀의 이미지와도 같이, 어떤 스타일의 옷이나 형태 또는 보석과도 잘 조화를 이루지만, 어떤 보석도 진주와 함께 디자인 된 후면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진주 목고리, 또는 진주 반지로 불려지고 만다.
현대의 보석은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과시’하거나 ‘소유’라는 개념에서 ‘장식’ 혹은 ‘패션’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색상의 조화를 이용한 준보석의 이용이 급격해졌고, 고가의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가 선호되는 오늘날, 진주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과거의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된 진주들, 그리고 전혀 둥글지 않는 바로크 형태를 사용한 진주 디자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소녀가 착용하고 있는 진주 귀고리에서 반사된 빛을 통해, 아픔을 승화한 진주조가비의 노래를 내 마음에 들려주는 듯 하다.
크리스티나 이
<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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