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화면에 마주 앉은 1세들은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한국 선수들 앞에서 나라 표식으로 세우고 들어오는 기(旗)가 한심하다 못해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저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인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해석해보려고 해도 소속 불명의 만화 같은 이 기가 분명 우리 국기는 아니라고 돌이질 하게 된다.
세계가 다 아는 대한민국 국기는 어디 두고 왜 대신 엉뚱한 기를 세워야 하는가. 이것은 조상과 국가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선수들의 늠름하고 자신에 찬 그 모습이 내 눈에는 가엾게 느껴진다. 어느 나라의 선수들일꼬. 동양에 신설국가가 섰단 말인가.
통일을 염원하는 일은 우리들의 지상의 과제이고 거족적인 소원이다. 이 일은 또 우리 민족의 소원이지 다른 민족의 소원이 될 수는 없다. 누가 이 말을 부정하겠는가.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나 회합에서 부득이한 경우에 한반도 기를 내세우는 일은 억지스럽지만 이해할 수도 있다.
하긴 불한당같이 하룻밤 사이에 쳐들어와 형제를 200만이나 죽인 공산도배의 노래도 인공기도 한국 하늘에서 펄럭이는 세상이지 않은가.
일제 점령기를 몸소 겪은 우리 1세들은 태극기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국만리 외국에서 30 년 가까이 살면서도 나는 아직도 8월 15일에는 성조기 대신에 태극기를 게양한다. 가주의 푸르른 하늘 높이 태극기가 휘날리면 찡한 감동과 기쁨을 느낀다. 한국의 역사와 더불어 슬픔과 기쁨을 같이 해온 태극기가 아니던가. 우리의 조상들이 태극기를 지키느라고 생명을 걸었던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조선조 말 1883년 정월 27일에 태극기는 국기(國旗)로서 정식 반포되었다. 치욕적인 제물포 조약 후 고종은 박영효를 특파대사로, 김만식, 김옥균을 부특사로 일본을 방문시켰는데 이때 당당하게 태극기를 국기로 사용하였다.
대사가 국기를 들고 남의 나라를 방문 한 일은 심대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일본은 3.1운동 후 극심한 총칼정치를 펴며(교실에서도 긴 칼을 차고 일본어를 가르쳤다) 태극기와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를 한민족에게 하듯 탄압하였다. 오산중학교의 무궁화는 뿌리를 몽땅 뽑아 죽였다.
태극기는 가운데의 원이 나라의 무궁함을 말한다. 건(하늘)과 곤(땅)을 뜻하며 우주 생성하는 대자연의 원리인 즉 음(땅)과 양(하늘)의 이치를 들어 국가의 영원한 미래를 상징한다.
태극기가 지닌 뜻은 첫째 창조로 음양의 조화로 우주만물이 창조된다는 뜻이다. 둘째는 발전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 발전함을 뜻한다. 셋째는 자유의 정신으로 자연과 원칙을 지킴을 의미하며 넷째는 평등의 원리로 음과 양이 마주보는 형상이고 다섯째는 영원 무궁의 장래를 의미한다.
얼마 전 우리 집에서 한국 국회의원 네 분을 모실 기회가 있었다. 나는 꼭 한마디 할 것을 자청하였다. “우리 미국 한인 대부분은 1세올시다. 조국을 떠나온 지 20~30년이 넘었어도 조국이 있는 서쪽 하늘만 바라보며 조국의 소식에 울고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좀 잘 하세요. ”했다.
사석에서 나는 아들 같은 한 의원에게 “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응? 태극기 어디 두었어요. 대한민국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그 허연 천 조각 좀 치우시오” 하고 일갈하자 그도 동조하긴 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30분이면 김정일이 걸어서 남한에 올 수 있다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은 이미 때를 잃은 것은 아닐까. 어쩌다가 내 조국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가슴이 망망해진다.
정옥희/ 미주문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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