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가정 주부>
전용기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인데……. 2004년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하여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몇 번씩 갈아타면서 스물 몇 시간을 여행하여 아테네로 향하던 우리나라 선수단 중 한 명이 터뜨린 이 불만을 단순히 치기(稚氣) 어린 볼멘 불평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정말 그랬다. 마치 그 옛날 가부장주의가 우리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였을 시절, 남자들이 밥상을 물리면 여인네들은 소리 없이 방 한쪽구석에서 혹은 부엌 부뚜막에 걸터앉아 남자들이 남긴 밥과 반찬을 ‘처리’했던 것처럼, 자칭 정상적인 사람들이 올림픽이란 이름으로 잔치를 치르고 나서는 그들이 사용하고 남겨둔 시설을 이용하여 장애인 올림픽을 치른다.
말 그대로 ‘찬 밥’ 신세다. 신(神)들의 고장 아테네를 가득 메웠던 환호와 탄성, 매스컴의 경쟁적인 취재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상처받고 멍든 장애우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신들의 가호(加護) 아래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대한민국 장애인 올림픽 선수단이 몇 개의 메달을 땄는지, 몇 위의 성적을 거뒀는지, 어떤 선수가 눈물겨운 승전보를 올렸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 중심의 사회에서 몸에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몇 배 몇 십 배 더 힘겹고 눈물겨운 투쟁이지만,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들이 천형(天刑)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몸의 장애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장애우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정상인들의 소리 없는 횡포, 장애우들을 한낮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상인들의 얄팍한 관심이다.
하늘의 축복 속에서, 또한 가족과 이웃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이 세상에 태어난 고귀한 한 생명이 선·후천적으로 얻은 장애로 인하여 자신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짓밟힌다면, 그것보다 더 비인간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는 ‘인간’(人間)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되어야지, 그 위에 덧붙여진 부가적인 조건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공(陶工)은 자신이 빚은 도자기가 맘에 안 들면 미련 없이 파기해버리지만, 인간을 창조하시는 신(神)은 결코 당신의 작품을 파기하는 법이 없으시다. 왜냐하면 그분은 결코 불량품을 만드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분의 눈에는 ‘정상’과 ‘장애’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또한 그분에게는 당신의 모든 피조물이 똑같이 귀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창조자가 귀히 여기고 소중히 다루는 한 인간을 단지 신체적(장애와 정상) 조건이나 사회적(빈부의 차이나 학력 등) 조건 등 가시적이고 외적인 조건으로 규정하고 판단하는 것, 이것보다 더 큰 신성모독 혹은 불신앙이 또 있을까! 깊어 가는 가을,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인간에 대한 편견을 참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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