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수協 시국 토론
정치적 방식 ‘역사청산’ 역효과 낼것
분열·갈등 심화로 국민 점차 냉소적
서울대에서 시국을 걱정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29일 교내 주산기념홀에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첫번째 주제인 ‘지성의 위기와 그 역사적 배경’을 발표한 이인호(68)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두드러진 사회변화가 반(反)엘리트주의와 반지성주의의 표출”이라며 “문화혁명기에 중국의 지식인들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유형의 수난을 겪어야 할 마음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지식사회의 체질 개선과 강화”를 주문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치적 방식의 ‘역사청산’은 역효과가 날 것임을 지적하고, 그 일에서 학계가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병준(68)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두 번째 주제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진로’에서 “새로운 세대로 구성된 집권세력은 과거의 불의와 미국의 외교정책에 항변하면서 ‘상처받은 민족주의’로 정치체제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나아갈 길은 지식체계와 문화의 경쟁력에 기초한 연식국력(soft power)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실적 국익을 위한 전략적 한미동맹, 다각적 경제협력체제의 구축, 감성보다는 정당성에 기초한 정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발표한 정운찬(56) 서울대 총장은 “한국의 고등교육이 추구할 개혁과제는 ▦대학 규모축소와 대학별 특성화를 통한 구조조정 ▦기초교육 강화를 통해 지식전수가 아닌 지식 창출교육으로 질적 향상 ▦첨단분야와 기초학문의 균형육성을 통한 핵심 연구역량 강화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 회장인 장호완(61)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사회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하면서 개혁이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점차 냉소적으로 변했다”며 “현재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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